[자사고-일반고 중복지원 금지 위헌 결정]“어느 정도 예상된 결정 나와
정부, 법으로 자사고 폐지 못하자 학생들 지원 막아 궤멸시키려 해”
헌법소원을 낸 상산고 홍성대 이사장(사진)은 11일 헌법재판소 결정을 접하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에이 참…”이라면서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나 “하나(자사고, 일반고 중복 지원 금지 조항)라도 위헌 결정을 내려준 게 다행”이라며 “동시 선발 조항이 5(위헌) 대 4(합헌)로 위헌 다수 의견으로 합헌이 나왔다니 그나마 마음이 풀린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며 헌재 결정이 나오면 내놓으려고 준비한 입장문을 보여줬다. 제목에 ‘후기 이동(동시 선발)→합헌, 중복 지원 금지→위헌’이라고 적혀 있었다.
홍 이사장은 자사고가 후기고가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열심히 책(수학의 정석) 써서 번 돈으로 사립학교를 세웠는데 교육감이 학생도 배정해주고 정해준 것만 가르치는 게 싫었다”며 “내 손으로 학생을 뽑고 싶어 많은 재정 부담을 지고 자사고로 전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지난해까지 법인 전입금으로 463억 원을 쏟아부었다. 법적으로는 학생 납입금의 20%만 내면 되지만 홍 이사장이 낸 것은 73%다.
정부가 자사고 폐지 수순을 밟는 것을 홍 이사장은 강하게 비판했다. “차라리 법을 만들어서 한번에 폐지하지 그게 어렵다고 학생들 지원을 막아 자사고를 궤멸시키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품위를 잃었다”고 말했다.
상산고는 다른 자사고들보다 재지정 평가에서도 불리하다. 전북도교육청만 재지정 기준점을 다른 지역보다 10점 더 올렸기 때문이다. 홍 이사장은 “자사고가 없어지면 다시 조기 유학 붐이 일 것”이라며 “국가가 미래를 위한 교육을 걱정해야 하는데 정부는 못 하게 하고 나는 돈 들여 하고 싶다고 하니 참 이상한 세상”이라고 토로했다.
홍 이사장은 엊그제 만난 학생들을 떠올렸다. “애들이 ‘이사장님, 용기 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학교가 너무 좋아요’라면서 나를 위로해요. 학교가 무너지면 그 애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망연자실합니다.”
앞서 홍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공개변론에서 재판관들을 향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조항 두 가지가 모두 합헌 결정이 나면 자사고는 궤멸될 것”이라며 “솔직히 학교 문을 닫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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