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를 통해 ‘포스트 하노이’ 구상을 어느 정도 완성했다. 대미·대남 협상 조직에 변화를 두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돌파구를 찾는 동시에 자력갱생을 통해 미국 주도의 제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것을 성과로 보여주겠다는 것. 특히 김 위원장이 핵심 대미 라인들을 국무위원회에 결집시키고,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까지 국무위원회 산하로 옮긴 것으로 분석됐다. ○ 대미 협상, 통전부에서 국무위로
최룡해는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데 이어 새로 신설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2인자가 됐다. 다만 권력 집중을 우려해 맡아왔던 당 조직지도부장 직책은 리만건 당 부위원장에게 넘겼을 가능성이 나온다. 최룡해는 11일 김 위원장의 국무위원장 재추대 연설에 나서 “최고영도자 동지를 따르는 길에 우리 조국의 존엄과 영예, 무궁한 발전과 찬란한 미래가 있다”며 충성 맹세를 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그동안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에서 평양을 지켰던 최룡해가 대미 협상 전면에 나서느냐다. 그가 2인자가 된 국무위원회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상 위원)에 ‘김정은 집사’ 김창선 부장, 김혁철 대미특별대표까지 있다. 하노이 결렬 이후 경질설까지 돌았던 김영철을 견제하거나 역할에 따라선 협상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당 중앙위 위원-국무위원-외무성 제1부상까지 휩쓴 최선희의 역할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영철의 거친 화법을 불편해했던 미국으로서는 최룡해를 더 선호할 수 있다. 과거 중국, 러시아 특사 경험이 있는 최룡해가 대미 특사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여기에 내각 아래 있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국무위원회 산하 조직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최고인민회의 분석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대미 실무는 외무성, 대남 실무는 조평통에 맡기지만 이를 국무위원회 아래 넣으면서 김 위원장이 직접 세세히 챙기겠다는 것이다. ○ 시 주석 “北 사회주의 사업 새로운 역사 단계”
김 위원장은 10일 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투쟁 노선으로 강조하면서 경제의 새 사령탑인 내각총리에 김재룡 자강도 당 위원장을 내세웠다. 김재룡은 중앙 정치에선 낯선 ‘지방 토박이 관리’로 산간 오지인 자강도를 관리하다가 자력갱생 실무 지휘봉을 잡게 됐다. 자강도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자체적으로 경제난을 타개한 ‘강계 정신’으로 유명한 곳이어서 제재 장기전에 대비해 당시 노하우 전파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2일 김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내 국무위원장에 재추대된 것을 축하하며 “북한의 경제사회 발전이 끊임없이 새로운 성과를 얻었으며 사회주의 사업은 새로운 역사 단계에 진입했다. 중국과 북한은 끈끈한 이웃 나라”라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축전을 보내 “양자 및 지역 현안들과 관련 (김 위원장과) 공조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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