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전북지역 기반시설 부족… 서울-부산 역할 강화에 초점을”
전북 “지정 보류 아쉬움… 계속 추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방안이 사실상 무산됐다. 기존 금융중심지인 서울과 부산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황에서 전북을 추가 지정하면 행정력이 낭비될 수 있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금융위원회는 12일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 논의 결과 전북혁신도시를 제3의 금융중심지로 지정하기에는 전북의 기반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북을 추가하기보다는 서울과 부산 등 기존 금융중심지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최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금융중심지 계획이 서로 기관을 뺏고 빼앗는 제로섬이 되지 않아야 한다”며 “농생명과 연기금의 특화 금융을 이루겠다는 전북도의 계획도 좀 더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전북 지역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외에는 금융회사가 없는 등 금융기반 시설이 부족한 점을 문제로 꼽았다. 주택과 생활편의시설 등 기본 인프라가 부족해 기금운용본부의 우수 인력이 퇴사하는 등 국민연금도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울러 금융산업 관련 비전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계 글로벌 금융중심지가 핀테크산업을 적극 지원하는 등 금융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전북도 이에 견줄 만한 청사진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번 결정에 앞서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거쳤다. 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전북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하겠다고 공약한 점을 감안한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약사항인 만큼 정부 판단은 가급적 뒤로 미루고 민간 위원들의 객관적 평가를 위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은 향후 금융중심지 선정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석훈 전북도 일자리경제국장은 “대통령 공약으로 전북도민의 기대가 컸지만 이번에 지정이 보류돼 아쉬움이 크다”면서도 “국민연금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전북도 금융산업 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실리적인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중심지 계획은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며 “지역균형 발전으로 왜곡돼 정치쟁점화하면 본래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중심지법에 따르면 정부는 3년마다 기본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 올해가 기본계획을 재수립해야 하는 해다. 문 대통령 공약에 따라 전북이 금융중심지 1순위 후보로 거론됐다. 전북은 국민연금과 농생명산업을 연계한 금융중심지 모델을 만들기로 하고 연구용역과 조례까지 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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