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가 빅딜 일괄타결과 단계적 타결 방식간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사실상 장기전 준비를 공식화했다.
당분간 냉각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각각 대내외로 눈을 돌린 양측이 새로운 협상 전략 구상에 나설지 추이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번스빌에서 실시한 연설에서 비핵화 협상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빨리 갈 필요는 없다”며 또 한번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임을 재차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 딱 완벽한 움직임”이라며 “빨리 움직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빨리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미국의 용단을 기다리겠다고 한 것을 의식해 시간은 우리편임을 강조하면서 북한에 거듭 빅딜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이어 미국까지 장기전 태세를 분명히 한 것으로, 앞으로 남북 대화를 통해 양측간 절충점을 찾아야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이 한층 가중된 모양새다.
6월부터 미국 대선레이스가 본격화되면 워싱턴과 평양 모두에서 비핵화 협상에 대한 관심도가 하락할수 밖에 없어 어렵게 만들어진 3차 북미정상회담 동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5월 말과 6월 말 각각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최소 이달 초까지 남북정상회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부상한 상황이나, 문제는 촉박한 시간이다.
23일까지인 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일정과 다음주 북러정상회담 가능성 등을 볼때 대북 특사를 파견할 시기를 잡는 것 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측에 4차 남북정상회담을 공개적으로 제안하면서도 특사 파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방증한다.
그러나 최근 북미 모두 우리 정부의 중재역에 불만을 표명한 가운데 북한을 또 한번 대화장으로 유인할 문 대통령의 레버리지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 식량지원에 긍정적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일단 인도적 대북 지원 사업이 당장 유인책으로 제기되지만, 과연 북한이 호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근 러시아와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정세 인식에서 기인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우방인 러시아를 끌어들여 판을 키움으로써 한미를 동시에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 국면에서 러시아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자칫 협상 판에서 남측의 입지가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북핵 6자 회담 시절 당사국으로 참여하며 대북 및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을 과시했던 러시아는 중국 못지 않게 북한을 움직일 레버리지를 상당히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제재 해제에 목매지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 북한의 대미협상 전략 수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제재 해제에 목매지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 북한이 앞으로 제재 해제 중심의 상응조치 요구로부터 탈피해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도 스몰딜 가능성을 언급하며 여지를 시사하긴 했으나, 선거 등 국내 정치적 상황을 볼 때 ‘빅딜’ 입장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논의한다는 명목으로 17~18일 전격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것도 이 점을 염두에 둔 행보일 수 있다.
외교가에서는 블라미디르 푸틴 대통령이 국내 행사 참석차 극동 지역을 방문하는 오는 24일께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러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6~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포럼 계기 북중러 3자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이 경우 북러를 새로운 비핵화 파트너로 바꿀 수 있음을 위협하는 의도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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