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봉우·황운정 지사 독립유공자 후손 등 300명 간담회 초청
"독립운동가 기리는 것, 미래세대에 자신의 뿌리 알리는 일"
독립지사 후손, 유해 봉환에 "고려인인 걸 자랑스럽게 생각"
고려인 출신 상·하원 의원, 고려일보 편집장도 간담회 참석
"文, 남북관계 큰 역할 해줘서 감사…고려인도 가교될 것"
문재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첫날인 21일 카자흐스탄 경제 중심 도시 알마티에서 동포 300명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오찬간담회에는 현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기업인들과 한글학교 관계자 등 80여 년간 현지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지켜온 고려인 동포들이 참석했다.
계봉우 지사는 임시정부 수립 후 북간도 대표로 임시 의정원의원으로 활동하다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후 조선문법, 조선역사 등을 집필하며 민족 교육에 기여한 인물이다. 황운정 지사는 1920년대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항일 투쟁을 전개했고 2005년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된 독립운동가다.
정부는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계봉우·황운정 지사 유해를 국내로 봉환해 국립묘지에 안장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것은 미래세대에게 자신의 뿌리를 알려주는 일”이라며 “우리 정부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하신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뜻을 영원히 기억하고, 최고의 예우로 보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 라리사 고문은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계봉우·황운정 선생 유해 봉환을 결정했는데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후손들은 독립운동에 몸바친 선생들이 조국에 묻히게 해준 정부에 감사한다. 카자흐스탄 땅에 사는 고려인인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날, (카자흐스탄에) 영웅이 살고 있었다는 걸 되새기는 뜻깊은 날이다”라고 감회를 밝혔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지 정착에 성공한 동포들에 대한 격려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우리 민족 특유의 강인한 정신을 지닌 고려인 1세대들은 정착 초기의 어려움과 고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궈냈다“며 ”1세대의 개척정신, 근면과 성실을 지켜온 후손들은 ‘고려인’이라는 이름을 더욱 강하고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만든 주역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들은 긴 세월과 국경을 뛰어넘어 동질감을 느꼈고, 저는 오늘 우리가 하나의 뿌리를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깊이 실감하고 있다“며 ”카자흐스탄 국민들은 한국어와 한식, K-pop과 드라마를 즐기며 한국과 한국인을 더욱 가깝게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지금 카자흐스탄 고려인 동포들은 정계·재계는 물론 학계·언론계·문화계 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며 ”재외국민 여러분도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관계 발전과 카자흐스탄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고 높이 평가했다.
재외 동포들에 대한 우리 정부 차원의 지원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들이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한국 문화와 한국어 교육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재외동포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고, 직업연수와 우수 인재에 대한 장학금 지원 사업도 확대해 동포사회의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1937년 강제이주 때부터 우리 동포들을 도와준 카자흐스탄인의 후손들, 한국학·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현지인들, 정·재계에 진출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고려인 인사들도 참석했다.
현지 고려인 신문인 고려일보의 남경자 편집장, 2002년 카자흐스탄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김 게오르기 상원의원, 2007년부터 고려인협회장을 지내고 있는 김 로만 하원의원 등도 초대됐다.
박 이반 고려인 과학기술자협회 명예회장은 ”1937년 강제이주로 힘들게 살아왔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잘 살지도 못하면서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 줬다“며 ”문 대통령께서 남북관계에 큰 역할을 해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카자흐스탄 고려인들도 남북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우 한인회 수석부회장은 ”알마티 한국교육원은 한글 교육과 동포행사를 개최하는 유명한 장소다. 한류로 관심이 더 커졌다“며 ”하지만 건물이 60년이 돼 노후화되고 안정성이 떨어졌다. 근본적인 시설 개선을 요청드린다“고 건의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이 부회장이 숙제를 주셨는데, 한글 교육 등은 큰 역할로 사실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동포가 나서서 해준 일“이라며 ”꾸준히 지원을 해와서 곧 있으면 집행될 것이다. 충분치는 않을 수 있다. 대사와 총영사 등이 잘 파악해서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카자흐스탄에서 존중받고 인정받는 모습을 보니 자랑스러우면서도 마음이 짠한 심정을 갖고 있다“며 ”고려인은 한 핏줄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겠다. 내 조국이 대한민국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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