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문희상·노영민·박원순 등 정계 인사 조문행렬
동교동계·이해찬·정동영도 빈소 찾아…한국당도 조문
"DJ 아들이자 정치적 동지…독재정권 고문으로 고통"
나흘간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23일 오전 7시 발인
보훈처 "광주 5·18묘지 안장은 심의 거쳐야 할 사항"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故 김홍일 전 의원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21일 조문 행렬이 줄을 이었다.
정치권과 각계 인사들은 이날 빈소를 찾아 고초를 겪으면서도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고인에 대한 존경과 애도를 표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조문객을 받은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권양숙 여사 등이 보낸 근조화환이 가득 찼다. 근조기 역시 장례식장 복도를 가득 메웠다.
오전 10시께 조문을 위해 장례식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박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야당 대표의 아들로, 대통령의 아들로 아마 고인이 겪었을 고통과 고난이 굉장히 많았을 것”이라며 “편히 가실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고인과 정치적 동지였던 동교동계 중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박 의원은 “고인은 진정한 의미에서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동지였다”면서 “대한민국이 고문 없는 민주주의 국가, 비핵화·북미 대결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가 될 수 있도록 하늘나라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씨와 함께 빈소를 찾았다. 유 이사장은 “고인이 되신 분은 아버님이 야당 지도자였던 시절 고생을 많이 하신 분”이라며 “대통령 아들이기 전 김 전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 민주화 운동 지도자였을 때 함께 많은 활동을 했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동교동계 인사들도 일제히 조문을 위해 빈소를 찾았다. 민주화운동에 평생을 헌신한 고인을 기리는 이들은 침통한 모습이 역력했다.
한화갑 전 의원은 “김 전 의원이 생전 쌓아온 공력은 민주화 투쟁과 의정활동, 목포 시민을 위한 정치 등이다. 이 모든 것들이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식 전 의원은 “26년간 고생한 점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원망스럽다. 고문 없는 세상이 왔으니 앞으로 모든 사람들이 평안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민주당 총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의원은 “그는 민주화 운동에 헌신적으로 노력했다”면서 “인간적으로 많은 사람을 도우며 덕을 베푼 것으로 후배들에게 좋은 표상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대통령 아들이면 좋은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굉장히 오랜 고통을 받아왔다. 파킨슨병으로 수십 년 고통을 겪어왔다”면서 “마음에 사랑 많고 눈물 많은 분이었다”고 고인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문희상 의장은 조문 뒤 눈시울이 붉어진 채 기자들과 만나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슬프다”며 “다복하던 시절 고인은 우리들의 표상이 돼 씩씩하고 늠름했다”며 애통해했다.
문 의장은 “엄혹했던 시절 고문후유증으로 몹쓸 병에 걸려 10여년을 말도 못하고 지냈다”며 “명복을 빈다. 고인의 민주화에 대한 헌신에 대해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마음속에 되새길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1시를 넘어서면서 추모를 위해 장례식장을 찾는 이들은 점차 늘어났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빈소를 찾아 고인을 회고하며 애도를 표했다.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는 울어서 빨갛게 충혈된 눈을 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생전 김 전 대통령은 당신의 아픔보다 아들의 희생과 헌신을 안타까워했다”며 “이분들이 안 계셨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한참 후퇴했을 것이다. 존경하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세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와 대한민국 번영을 잘 지켜가고 이어가기 위해서 지금의 젊은 세대와 정치인들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드리고 왔다”고 전했다. 민주당 원내사령탑에 출사표를 던진 이인영 의원도 “오늘 부활절인데 민주주의 역사와 평화통일 한국 위에 부활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사단법인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도 오후 2시께 빈소를 찾아 “민주화에 평생 헌신하고 가셨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빈소를 찾아 유족의 손을 붙잡고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와 심상정 의원도 조문행렬에 동참했다. 윤 원내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사형선고 받고 청주교도소에서 무기징역을 살 당시, 아들 김 전 의원이 대전 교도소에서 보낸 편지를 차마 뜯지 못했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심 의원도 “김 전 의원이 자서전에 대통령의 아들은 영광이 아니라 멍에라고 했다”면서 “정치 지도자 자식이기에 어쩔 수 없이 나눠야 했던 고뇌가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빈소를 찾아 “민주주의를 위한 반독재 투쟁 과정에서 고인이 당했던 수난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먹먹하다”며 “한국의 민주주의와 통일, 평화를 위해 싸워왔던 그 업적을 생각하면서 후배들도 앞으로 나아갈 길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박주민·박광온·김해영·설훈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도 이날 오후 6시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 대표는 조문 후 “김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큰 아들이자 정치적 동지로서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오셨다”며 “김 전 대통령 뒷바라지를 하시느라 여러 어려움을 겪으셨고 1980년대에도 김 전 대통령과 같이 투옥돼 고문 받는 바람에 몸을 다치셔서 어렵게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오셨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빈소를 찾아 “군사독재가 얼마나 지독한지 김 전 의원이 지병을 통해 몸으로 증명했다”며 “고문의 후유증과 고통이 그 분의 인생을 망가뜨린 데 대해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김 전 의원의 빈소에는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비롯해 야당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김현아·강효상 의원 등과 함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민주화를 이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로서, 3선 의원으로서 민주화에 큰 역할을 하셨다”며 “고인이 되셔서 안타깝고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도 이날 저녁 조문을 한 뒤 “김 전 대통령과 같이 민주화 투쟁을 하면서 독재정권의 온갖 고초를 다 겪으시고 끝까지 민주화 투쟁에 동참하셨다”며 “의정생활을 잘 하시다가 고문 후유증으로 어려운 생활을 오랫동안 하신 게 정말 가슴 아프다”고 애도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김 전 대통령과 김 전 의원은 대한민국 역사의 큰 이정표를 만든 분들”이라며 “대한민국이 더 크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수진영에서 민주화 운동에 빨갱이 색, 모자를 씌우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배우 문성근씨, 주진우 전 시사인 기자, 방송인 김용민씨 등 정계 인사가 아닌 이들도 빈소를 찾았다.
한편 장례는 가족장으로 진행된다. 오는 23일 오전 6시 함세웅 신부의 장례미사가 봉헌된 후 오전 7시께 발인식이 진행된다.
국가보훈처는 고인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하는 것과 관련해 심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고인은 5·18 민주유공자로 안장 대상이 맞지만 과거 나라종금 로비 사건에서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형을 받은 바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안장 대상은 맞지만 알선수재 혐의로 현재 ‘안장심의대상자’가 됐다”며 “국립묘지 안장 대상 심의위원회(심의위원회)를 개최해서 안장 심의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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