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블라디보스토크 북러 정상회담 수행원에는 기존 북미 비핵화 협상을 이끌었던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들 가운데 통일전선부 인사들이 빠져 눈길을 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대미 협상 라인이 통전부에서 외무성으로 교체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김평해·오수용 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리영길 군 총참모장 등이 이날 새벽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에 함께 탑승했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을 환송했다.
그간 미국과의 핵 협상을 총괄해 온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수행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카운터 파트로, 북미 정상회담은 물론 북중 정상회담 등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 행보마다 빠지지 않았던 핵심 인물이다.
통전부가 대남사업부서이긴 하지만 김 부위원장이 앞서 두차례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을 주도해온 데다, 러시아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이 북러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전하면서 회담 주요 의제 중 하나가 ‘한반도 비핵화’라고 밝힌 상황이라는 점에서 여러 해석을 낳는다.
일단 김 부위원장뿐 아니라 통전부 인사는 한명도 수행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통전부 라인이 비핵화 협상에서 배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이에 대한 책임으로 김성혜 실장 등 통전 라인이 검열을 받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여기에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 등 대미 협상 관련 외무성 인사들이 수행원으로 포함된 것으로 미뤄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은 외무성이 전면에 나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 외무상과 최 제1부상은 싱가포르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을 수행했던 외교안보 핵심 인사다. 이들은 지난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직후 현지에서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의 입장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외무성 실무라인들이 간 것으로 보아 앞으로 북미협상을 비롯해서 핵협상에서 통전 라인이 물러나고 외무성이 주도하는 식으로 간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최선희가 제1 부상으로 올라간 만큼 그에 상응하는 전반적인 현안을 챙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제1부상은 ‘김정은 2기’ 출범 때 외무성 제1부상으로 승진하고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발탁되면서 최근 실세로 떠올랐다.
그외에 김평해·오수용 당 부위원장은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에도 수행단에 포함됐다. 경제 담당인 오 부위원장과 인사 담당인 김 부위원장은 당시 베트남 내 경제 현장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도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관련 논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협력과 관련해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안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노광철 인민무력상을 대신해 리 총참모장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중앙위 제1부부장은 선발대로 블라디보스토크에 먼저 도착해 회담이 열리는 장소 일대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리설주 여사는 동행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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