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24일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북한의 경제 상황뿐 아니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국제적인 위상 제고 등 여러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아산 플래넘 2019’의 ‘CIVD 혹은 평화적 공존’ 주제 세션에 패널로 깜짝 등장해 “김 위원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서 많은 걸 얻어낼 수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은 적어도 30~40년 장기 집권을 원하기 때문에 리더로서의 인정과 정당성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방법이 대외적으로 그 지역 주요 행위자와 동급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중국, 미국, 한국 정상을 잇달아 만난 데 이어 러시아, 일본과의 정상회담으로 북한 리더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태 전 공사는 또 북한이 실질적으로 러시아로부터 얻어낼 것이 많지 않더라도 회의 개최 사실 자체가 북한 인민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타격을 입은 북한이 ‘자력갱생’과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분위기에서 이례적으로 북러 정상회담을 사전 보도하는 등 김 위원장의 외교 행보를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외 러시아로부터 인도주의적 측면에서의 식량 지원이나, 2~3만명으로 추정되는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체류 연장을 받아내는 것 등이 북한의 ‘쇼핑리스트’에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인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선 김 위원장이 하반기에 새로운 딜을 미국 측에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상반기까지는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시진핑 주석의 평양 초청 등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하반기에 미국·한국과의 정상회담에 관심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태 전 공사는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험하지 않는 한 새 제재는 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유예에만 관심이 있다”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숨겨진 핵시설을 대가로 내놓는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하노이 회담 때 북한이 요구한) 5개 주요 제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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