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은 나중에 숙청될 운명”…태영호 족집게 예언 화제[신석호 기자의 우아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4일 18시 43분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장에서 철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족집게 예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태 전 공사는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지난해 6월 4일 보도된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김영철은 지금 본인의 능력에 넘치는 일을 하고 있다. 정치군인에 불과한 그에게 북-미 외교와 남북 관계 총책이라는 지금 자리는 분에 넘친다. 물론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지만, 나중에 숙청될 운명이 될 수도 있다”고 예언했다. 그는 “대화가 잘될 때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 삐걱거리면 곧바로 당 조직지도부가 검열에 들어간다. 핵문제의 기술적인 부분을 잘 모르는 김정은과 김영철이 잘못 내린 결정이 많을 텐데, 김정은 지시에 따른 것이라도 책임은 김영철이 지게 된다. 최고지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고 김정은은 뒷짐 지고 모른 체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지금 현 상황을 외무상이자 대미협상 베테랑인 이용호가 끌고 나간다면 상당히 오래가겠지만 김영철이 운전하고 있어 언제 갑자기 멈추어설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에 국제 전문가들을 초대하겠다고 남측에 밝혔다가 뒤늦게 철회한 것이 대표적인 ‘삑사리’ 사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뷰 직전 출간한 ‘태영호 증언: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김영철과 비슷한 운명을 거친 엘리트들의 사례를 다수 제시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대남협상의 전면에 나섰던 최승철(통일전선부 부부장)과 뒷선에서 지휘했던 한시해(전 유엔 주재 대사)와 권희경(전 주러시아 대사), 이명박 정부 시절 남북 관계에 발을 들였던 류경(국가보위부 부부장)도 총살을 당했다.

김영철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한 달이 넘게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숙청설이 돌았지만 이달 열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랐고 국무위원 자격으로 김정은과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숙청은 면한 것처럼 보였다. 현재도 그가 장금철로 교체된 것만 정부 당국이 확인된 것이어서 당 부위원장과 국무위원직은 유지하는 것인지, 최고인민회의 이후 김정은이 마음을 바꿔 모든 직책에서 철직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가 특정 엘리트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즉시 경쟁 엘리트들이 그동안 숨겨졌던 다양한 비리를 ‘상소’하고 이것이 화근이 되어 더 강한 형태의 처벌이 내려지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었지만 김정은의 군사 교관이라는 인연으로 살아남았던 김영철이 ‘트럼프 폭탄’을 맞아 정치적 운명을 다할 것인지 주목된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북한학 박사)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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