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싸움 끝나고… 본격 총선전쟁이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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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4당 패스트트랙 지정]당분간 정국 경색 불가피

나경원 “나를 밟고 지나가라” 29일 밤 12시경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에서 세 번째)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장 앞 복도에 누워 “독재 타도, 헌법 
수호”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개특위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 220호에서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한국당 의원들의 회의장 봉쇄로 
장소를 문체위 회의실로 옮겼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나경원 “나를 밟고 지나가라” 29일 밤 12시경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에서 세 번째)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장 앞 복도에 누워 “독재 타도, 헌법 수호”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개특위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 220호에서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한국당 의원들의 회의장 봉쇄로 장소를 문체위 회의실로 옮겼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첫 물리적 충돌까지 야기했던 여야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29일 밤늦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30일 새벽 선거제 개편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함에 따라 정치권은 앞으로 최장 330일 동안 ‘포스트 패스트트랙’ 정국에 돌입했다. 패스트트랙 안건들은 담당 상임위 심사(최장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최장 90일), 본회의 논의(최장 60일) 등 최장 330일 동안 국회 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심사 데드라인으로 예상되는 내년 1월 29일까지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이후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다른 법안들처럼 ‘정상적인’ 법안 심사를 거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패스트트랙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당은 법안 심사 자체를 보이콧할 공산이 크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공수처법의 세부 내용을 두고 의견 차를 보였던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언제든지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제1야당인 한국당이 반발하고 있는 만큼 상임위와 법사위 심사는 모두 최장 심사 기일인 270일을 꽉 채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만이 이 잘못된 좌파독재연장 법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통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민주당(128석), 민주평화당(14명), 정의당(6명) 등 범진보 진영은 과반(150석)에 약간 못 미치는 148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민중당(1명)과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손혜원 의원 등)들까지 합세하면 과반이 된다.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에 참여한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만 찬성표를 던져도 가결 정족수를 확보하게 된다. 23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이 12명(참석 의원 23명)에 이르렀던 것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본회의에서 160표 이상까지 확보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설사 바른미래당이 분당되고, 여야에 정개개편의 회오리가 몰아쳐도 패스트트랙 안건들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재의 패스트트랙 법안을 그대로 밀어붙이지 않고 한국당과의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선거제 개편안의 본회의 표결까지 강행할 경우 총선을 앞두고 보수 결집의 결정적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게임의 룰을 여당이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는 비판 여론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한국당과의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튼 이번 패스트트랙 파동을 거치면서 정국은 한동안 다시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필수 민생법안의 처리까지 막히면서 시급한 입법 과제들까지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정국 운영의 책임이 있는 여권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이 개시된 뒤 협상은 협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 김태흠 의원은 “일단 세 법안이 패스트트랙 열차에 올라탔지만, 이 열차가 종착역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민에게 호소하며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은 한국당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게임의 룰”이라며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고, 개정 선거법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가시화되면 한국당이 결국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유근형 noel@donga.com·홍정수 기자
#패스트트랙 지정#공수처 설치법#선거제 개편안#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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