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정국의 수혜를 받아 당 전면에 등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법개혁특위 오신환·권은희 위원에 대한 사보임을 강행, 신뢰를 잃은 손학규·김관영 지도부를 대신해 ‘3기 지도부’ 구축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는 해석이다.
30일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지도부 사퇴 책임론과 관련, “지도부가 더 소통하겠다”며 퇴진 불가 입장을 밝혔다. 손 대표는 “일말의 정치적인 이득을 보겠다고 당을 한쪽 이념으로 몰고 가려는 일부 세력의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손 대표는 ‘한쪽 이념’ 과 관련해 “총선을 앞두고 거대양당 체제에 휩쓸리는 건 바람직한 게 아니다”며 “우리에게는 제3의 길이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한쪽 이념’은 유 전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 출신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 인사들은 당을 ‘중도보수’ 색깔로 지키려 해왔다. 이를 두고 한국당과 일정 거리를 두지만 총선 전에는 결국 하나로 돼야하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한국당도 ‘오신환 사보임 반대’에 지원사격 하며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이 때문에 안철수·유승민계의 동반 탈당 및 신당 창당, 보수통합 차원의 한국당과 합당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현직 원외위원장 49명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지도부 퇴진을 위한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며 공동 비대위 체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유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팬클럽 ‘유심초’ 행사에서 탈당 후 자유한국당 입당설에 대해 일축했다. 유 전 대표는 ”그곳(한국당)에 들어가 편하게 공천을 받겠다는 사람은 지금 (바른미래당에) 남아 있지 않다“며 ”저는 쉽고, 편하고, 거저먹는 길은 안 간다. 지금 가는 이 길에서 성공하면 이 나라가 진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전 대표는 최근 열린 ‘보수란 무엇인가’ 정책토론회에선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안 전 대표와 제가 초심으로 돌아가 당을 살리는 길을 찾는 것이 저의 당연한 의무“라며 ”바른미래당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의원들과 당원들이 만든 당이다“며 ‘창업주’임을 강조했다.
한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패스트트랙 지정의 가장 큰 수혜자는 유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꼽았다.
박 의원은 전날 오전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저는 유승민, 안철수 이 두 분이 (패스트트랙 지정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생각한다“며 ”(두 사람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 전 대표는 손 대표와 여러 가지 정체성 때문에 물과 기름 사이였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선이 그어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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