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 이어 ‘경로 변경’ 까지…돌파구 없는 北美

  • 뉴스1
  • 입력 2019년 5월 1일 14시 08분


언론 통해 입씨름 전개…물밑 대면 접촉 없는 듯
北 ‘국면 다각화’ 행보에…협상 재개까지 정체 장기화될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개최하는 모습.(노동신문) 2019.3.1/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개최하는 모습.(노동신문) 2019.3.1/뉴스1
북한과 미국이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입씨름’만 이어가고 있다. 의미 있는 접촉이 재개되지 않는 모양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30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빌려 “미국이 운운하는 이른바 ‘경로 변경’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4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협상이 실패한다면 우리는 분명히 경로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미국이 말하는 ‘경로 변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동시에 나온다. 먼저 미국이 지금까지 유지한 대화 기조를 뒤집고 군사적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북미가 비핵화 협상 개시 전까지만 해도 ‘핵 단추’ 언급을 주고받으며 군사적 긴장을 높였던 전례를 배경으로 한 분석이다.

최 제1부상이 직접 나서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반박하며 긴장감을 높이는 것도 북한 역시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서 군사적 옵션 재개 가능성을 읽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다만 ‘군사적 옵션’과 관련한 긴장 고조 행보는 북한이 먼저 제기했다는 해석도 있다. 북미 간 이번 설전에 앞서 되짚어볼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북미 협상에 대해 언급하며 ‘새로운 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자주권’이 언급된 이 발언에 따라 김 위원장이 북미 협상이 어그러질 경우 다시 비핵화 협상 전의 군사 긴장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후 북미의 두 번째 정상회담은 결렬로 끝났다. 그리고 북한은 최근 ‘신형 무기’ 개발과 관련한 군사 행보를 보였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긴장 고조 행보에 대한 ‘견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경로 변경’ 발언은 미국의 선제적 전략 변경 가능성보다는 이 같은 북미 간 ‘설전’의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는 분석인 셈이다.

실제 북미는 2월 정상회담의 무산 후 언론을 통한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물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수시로 언론 인터뷰나 공개 석상에서의 발언을 통해 대북 메시지를 내고 있다.

북한 역시 최 제1부상, 권정근 외무성 북미 담당 국장을 내세워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대미 입장을 내고 있다.

북미가 대화에 대한 의지를 완전히 끊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줌과 동시에, 양측 모두 정상회담 결렬 후 적절한 재접촉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음이 나타나는 부분이다.

실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실질적으로 진행될 때는 양측이 물밑 협상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직접 소통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지난 1년 간 양측이 ‘언론’을 통한 메시지 교환을 하는 대화 패턴을 보인 적은 없다는 뜻이다.

한편으론 미국이 반드시 군사적 옵션에 대한 가능성보다는 대북 압박 차원에서 지금의 협상 흐름을 주도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미가 빠른 시일 내에 현재의 정체, 교착 상황을 다시 대화 국면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 후 대 러시아 행보를 선보이며 비핵화 협상 국면의 ‘다각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비핵화 협상이 미국과의 양자 협상이라는 큰 틀에서의 전제는 유지하면서도 당장 북미 양자 간 직접 대화가 중요하지는 않다는 듯한 행보다.

미국 역시 다양한 시나리오를 세우며 향후 협상 국면에 대비하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북러 정상회담 후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지지해주고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현 상황에 대해 여유를 보이며 다양한 수를 고심하는 모양새다.

한국 정부의 ‘중재자’ 역할에서도 현재로선 큰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북한이 ‘다각화’ 행보 후 남북미 대화에 어떤 스탠스로 나올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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