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日천황” 발언 놓고 논란…외교 관례 vs 친일청산?

  • 뉴스1
  • 입력 2019년 5월 1일 15시 27분


文, 30일 서한 이어 1일 축전에도 ‘천황’ 호칭 사용
98년때부터 정부 공식 사용…“무의미한 정치공방”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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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정부 고위 인사들의 잇딴 ‘천황’ 호칭 사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사실 ‘천황’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 발표 때부터 정부 내에서 공식 사용 돼왔으나, 일각에서는 그간 ‘친일 잔재 청산’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1일 문 대통령은 앞서 전날 아키히토 일왕 퇴위를 맞아 보낸 서한에 이어 이날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에 보낸 축전에서도 ‘천황’ 호칭을 공식 사용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축전에서 “나루히토 천황이 한일관계의 우호적 발전을 위해 큰 관심과 애정을 가져줄 것을 바란다”면서 “퇴위한 아키히토 천황과 마찬가지로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면서 평화를 위한 굳건한 행보를 이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날에는 “아키히토 천황이 재위 기간 중 평화의 소중함을 지켜나가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해 왔다”고 하면서 그간 한·일 관계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데 대해 사의를 표하는 내용의 서한을 일본 왕실 측에 보낸 바 있다.

사실 천황은 1998년부터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용해온 호칭이다. 그해 9월 일본 국빈방문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은 전후 평화 노력을 지속하는 일본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취지에 따라 ‘천황’을 정부의 공식 호칭으로 사용키로 결정했다. 이전에는 대일 공식 문서나 연설 등에서는 천황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언론이 국민감정을 의식 ‘일왕’으로 부르는 것을 따라 ‘일황(日皇)’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했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 뿐만 아니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지난 2월 “위안부 피해자에게 일왕이 사과해야한다”는 발언으로 일본의 반발을 부른 문희상 국회의장까지 행정부와 입법부 최고 수장 모두 이번 나루히토 일왕 즉위를 맞아 잇따라 ‘천황’ 호칭을 공개적으로 사용하면서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이 총리가 30일 자신의 개인 SNS에 올린 글에는 “즉위하실 나루히토 천황님께서는 작년 3월 브라질리아 물포럼에서 뵙고 꽤 깊은 말씀을 나누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극존칭을 사용한 것을 지적하며 수정을 요구하는 답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친일적 표현인 ‘천황’을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사실상 ‘고유명사’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맞선다.

실제로 중국과 대만은 ‘천황’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며, 영미권 국가 들은 황제를 뜻하는 ‘엠퍼러’(Emperor)로 지칭한다. 다만 보수 일각에서는 강제징용 등 한일간 과거사 갈등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가운데 그간 ‘친일 청산’을 강조해온 정부가 국민의 거부감이 상당한 천황 호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외교는 상대방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국 관례에 따르는 것이 적절하다”며 이번 논쟁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에 지장만 초래하는 무의미한 공방일 뿐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정부가 98년때부터 사용해오던 기조를 바꿔 오히려 다른 호칭을 사용했다면 한일관계가 냉각된 현 시점에 일본측이 어떻게 받아들였을까”라고 반문하면서 “문 대통령의 이번 서한과 축전을 발판으로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한일정상회담까지 성사시켜 악화된 한일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천황 호칭을 둘러싼 논란은 이명박 대통령 당시에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 아키히토 일왕을 만난 자리에서 ‘천황’이라는 호칭을 사용해 저자세 외교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그는 임기 말인 2012년 8월엔 독도를 직접 방문해 천황의 사죄를 요구하면서는 “일왕”이라고 지칭했다. 결국 천황 호칭은 정부의 이해관계에 달려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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