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 등 인도지원’에 반응할지 주목…역효과 우려도

  • 뉴스1
  • 입력 2019년 5월 2일 12시 30분


비건 美 특별대표 방한, ‘북미 대화 재개 추동’ 움직임
인도지원-비핵화 협상 연결에 北 태도 어떨지 미지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2019.2.22/뉴스1 © News1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2019.2.22/뉴스1 © News1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다음 주 방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날짜는 8~10일로 거론된다.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을 뚫기 위해 미국이 먼저 움직인 걸로 분석할 수 있는 행보다.

미국 측 비핵화 협상의 전면에 나서는 핵심 당국자가 한반도를 찾는 것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처음이다.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 목적은 공식적으로는 한미 워킹그룹 회의 참석을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의 방한 일정이 외교부, 청와대 등에 두루 걸쳐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 모색을 위한 한미 간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미는 지난 2월 이후 의미 있는 접촉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측은 그간 북한에 물밑 채널 가동을 타진했으나 북측의 답이 없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신 양 측은 언론을 통해 상호 압박 차원의 메시지를 교환하며 긴장의 끈을 계속 조이고 있다. 이 같은 국면에서 제각기 해법 모색을 위해 북한은 러시아로, 미국은 한국으로 외교 활동을 전개하게 됐다. 북미 양자 대화 재개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국면으로 상황이 전개되는 모양새다.

한미 간 이번 워킹그룹 안건은 대북 식량 지원, 인도주의 지원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WFP(세계식량계획) 서울사무실 모습.2017.9.14/뉴스1 © News1 기자1
WFP(세계식량계획) 서울사무실 모습.2017.9.14/뉴스1 © News1 기자1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 요구된 대북 제재 완화 문제에 대한 초기적 해법으로 대북 인도지원 확대를 추진해온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 관련 문제가 논의될 경우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파열음을 냈던 대북 제재 완화 문제와 관련한 일부 진전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이미 식량 문제의 악화를 공식화했다. 지난 2월 주유엔 북한대표부를 통해 유엔에 식량 지원을 공식 요청하면서 올해 148만 톤의 식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노동신문의 ‘정론’을 통해 “쌀이 금보다 귀하다”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노동신문의 정론의 기능이 무게감 있는 당국의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표출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하면 북한 당국이 어려운 식량 사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미국의 소리(VOA)는 이날 보도에서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하며 북한의 2018년 식량 생산량이 495만 톤으로 지난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북한 인구의 41%가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식량 및 인도주의 지원 문제가 사실상 비핵화 협상의 안건으로 연결되는 흐름에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식량 및 인도지원 지원은 정치적 사안과 무관하다는 국제사회의 공식을 내세우며 이를 통해 비핵화 협상의 작은 돌파구를 찾으려는 한미의 스탠스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비핵화 대화 추동을 위한 전략이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으론 대내외적으로 공식화 한 식량 부족 문제를 일단 해결하기 위해 한미의 현 방향성에 ‘전략적 호응’을 할 수도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기본 입장은 정치적인 상황과 무관하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국제사회의 의지가 있어야 되고, (의지가) 모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제반 상황을 고려해서 중요국, 또 국제기구들과 계속 협의를 해 나가고 있다”라고 말해 이번 비건 특별대표의 방문을 계기로 관련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미가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정부가 지난 2017년 밝힌 ‘800만 달러의 국제기구 공여’ 방식이다.

정부는 2017년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의결을 통해 800만 달러를 국제기구인 유니세프(UNICEF)와 세계식량계획(WFP) 등을 통해 대북 지원하는 방안을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의 본격 개시 이후 대북 지원, 교류협력 사업 등 관련 사안이 모두 북미 협상에 연동되며 실제 집행은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가 2017년에 밝힌 800만 달러 공여 방안은 현재 이월 시한이 지나 완전히 무산됐다. 다만 관점을 달리 하면 지원금을 더 늘릴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미가 이번 워킹그룹 협의에서 구체적인 액수 문제까지 논의하게 될 경우 비핵화 협상의 재개를 위한 공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800만 달러 공여라는 말은 없어진 것”이라며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국제기구 통한 대북 인도지원 문제를 논의할지는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월 시한이 지나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하고, (다시 해도) 800만 달러를 그대로 한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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