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여 북-러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러시아는 6자 회담 등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확보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또한 러시아는 대북 관계에서 북한을 통한 가스 파이프라인 연결 등 경제적 이득의 가능성도 아직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러시아가 대미 관계 악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북한과 더 밀접한 협력을 할지 궁금합니다. -서단비 전주교대 영어교육과 16학번(아산서원 14기)
A.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이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되어 북-러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상회담 직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 체제보장에 대해 논의할 때는 6자회담 체계가 가동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비핵화를 위해 체제보장이 필요하다는 북한의 입장에 동의하면서 6자회담 재개가 필요하다는 러시아의 시각을 반영한 것입니다.
러시아가 6자회담을 언급한 것은 한반도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자신들을 배제한 채 개최된 4자회담(남북미중)에 비우호적이었습니다. 자신과 일본이 포함된 6자회담이야말로 한반도에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는 다자회담인 것입니다. 또한 한국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포함되어 있는 남북 철도 연결이 러시아 시베리아 철도와도 연결되면 에너지 수송을 비롯한 러시아의 경제적 이익이 창출될 수 있다는 입장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김 위원장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네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 그리고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에 임했던 것을 상기하면, 북-러 정상회담은 다른 외교일정에 밀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2018년 수교 70주년을 맞이해 기념행사를 열었으나 정상회담은 해를 넘겨 열렸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에서 러시아의 역할이 단기간에 확대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중-러 관계가 긴밀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역할은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데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는 ‘중-러 공동행동계획’을 언급했습니다. 이 계획은 2017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비핵화 공동로드맵’에 대해 공동으로 발표한 것입니다. 당시 양국은 중국의 비핵화 해법인 ‘쌍중단·쌍궤병행’(雙中斷·雙軌竝行)과 러시아의 비핵화 해법인 ‘3단계 비핵화’의 공통성을 토대로 한반도 비핵화 해법에 합의하였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1단계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한-미 연합훈련 축소 및 중단을, 2단계에서 북-미 간 및 남북한 간 관계 정상화를, 3단계에서 다자 협정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지역 안보체제를 논의를 공동행동계획에 담았습니다.
마침 북-러 정상회담 다음 날인 4월 26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의 ‘제2회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하는 도중 가진 중-러 정상회담을 통해 이러한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현재 상황은 2단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3단계에서야 가능한 6자회담이 재개될 환경은 아직 조성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전에 중국과 합의한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였고, 대북 경제제재와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답변을 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북한 노동자 귀국에 대해서도 러시아로부터 확실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면, 북한은 북-러 정상회담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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