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성장률 고려할 때 3~4%가 적당" 보도
靑 "최저임금은 위원회서 결정…보도 내용 잘못돼"
靑 부인에도 정부·여당서 '속도조절' 목소리 이어져
文대통령도 "1만원 공약 얽매일 필요는 없다" 언급
청와대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적정 수준을 3~4%로 판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는 해당 보도 내용을 즉각 부인했지만 내년도 최저 임금 심의를 앞두고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정부와 여권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는 21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청와대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해 3~4%가 적당하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해당 보도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고 청와대가 개입할 수 없다”며 “보도 내용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최저임금위원회 공익 위원 선임이 임박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내년부터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저임금이 2018년 16.4%, 2019년 10.9%씩 급격히 인상되면서 고용 부진과 자영업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9일 KBS와의 대담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은) 2년간 꽤 가파르게 인상됐고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부담을 주는 부분도 적지 않다”며 “최저임금위원회가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우리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선으로 판단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또 “결정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결정하게 돼 있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20년까지 1만원이라는 공약에 얽매여서 그 속도로 인상해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부·여당 내에서도 이같은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내년도 경제 상황이 만약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진다면 동결에 가까운 수준으로 갈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 돌입한다. 하지만 재계와 노동계의 입장은 팽팽히 대치한다. 재계는 최저임금 동결을,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의 입장대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려면 내년 인상률이 19.8%(1650원)가 돼야 한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이 높다. 적정 인상률로 3~4% 수준이 거론되는 것은 성장률과 물가 등 최근 경제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내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 소비자물가상승률을 1.1%로 전망하고 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3일 ‘2019년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4% 수준인 노동생산성 향상에 연동하라고 우리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5월 말까지 공익위원 8명을 임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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