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독재자(김일성, 김정일)가 있었고 본인(김정은)도 독재자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독재자의 후예’라는 말은 김정은에게 해야 했던 것 아닌가.”
20일 오후 10시경. 전북 군산 일정을 마치고 인천의 한 경로당에 짐을 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한 ‘독재자의 후예’ 발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황 대표는 7일 부산에서 시작한 ‘민생투쟁 대장정’을 이번 주말 마무리한다. 그의 얼굴엔 면도를 채 못한 듯 수염이 돋아나 있었고 인터뷰 내내 평소의 중저음과는 다른 잠긴 목소리를 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5·18 기념식 현장에서 ‘황교안은 전두환’ 피켓이 등장했고 ‘독재자의 후예’로도 지목됐는데….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지금도 도무지 모르겠다. (이 정권은) 모든 나쁜 걸 내게 덧씌우고 있다. 이 정부가 네이밍에 아주 능한데, 나는 (독재자 후예 발언은) 김정은에게 딱 했어야 될 말 같다고 생각했다.”
황 대표는 21일 오전 인천 자유공원에서 맥아더 장군 동상을 찾아 헌화한 뒤에도 “제가 왜 독재자의 후예인가.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청중을 가리키며) ‘대변인’이라고 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청와대는 “하나의 막말은 또 다른 막말을 낳는다”고 받아쳤다. 전날 황 대표는 인천 경로당에서 “저쪽(현 여권)은 무능해서 우리가 차근히 노력하면 이길 수 있다”면서 “‘저쪽은 만들어 놓은 걸 부숴 놓은 사람들, 파괴하고 혁명하자는… 이석기 이런 사람들처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5·18 기념식 참석을 저지하는 시위대에 넥타이도 붙잡혔는데….
“뭐,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는데, 넥타이 잡아채려 그런 게 아니라 제 몸 어디든지 붙잡고 막으려 한 것이겠지…. 악의적, 고의적으로 한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취임 직후부터 5·18 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5·18 폄훼 발언을 한 의원들을 털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내 입장에서는 다 털어냈다. (이종명 의원 징계 관련) 남아 있는 절차는 의원총회뿐이고, 국회 (윤리위원회) 정도가 남아 있다. 국회 절차를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
―박원순 서울시장이 “황 대표는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썼고 나는 폐지론을 썼다”고 했다. 여권이 ‘황교안=공안’ 이미지를 굳히려 하는데….
“(박 시장의) 시야가 좁은 거다. 검사는 사건의 절반은 기소하지만 절반은 불기소한다. 검사는 죄를 처벌하지만 용서하고 풀어주는 ‘공평한 인권의 수호자’인 측면도 있는 것이다.”
황 대표와의 인터뷰는 경로당 이부자리더미 옆에서 진행됐다. 한쪽에선 이헌승 당 대표비서실장과 민경욱 의원이 침구류를 들고 다녔다. 경로당 내 창고 옆쪽에선 퀴퀴한 냄새가 났다. 이 실장이 기자에게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한다”고 말하자, 황 대표도 피곤한 웃음을 지으며 “동가식, 서가숙”이라고 따라했다.
―대장정 이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보수 통합에 나선다는 관측이 많다.
“보수가 하나 되는 방법은 다양하다. 정당들이 합치는 방법도 있고, 가치를 가진 분들이 함께하는 방법도 있다. 구시대 기준으로, 삼김(三金) 시대의 통합만 생각하면 안 된다. 이미 바른미래당 당원 상당수가 입당한 지역도 있다. 다 통합의 과정들이다. 바뀐 시대에 걸맞게 진정으로 힘을 모으는 게 필요하다.”
―부처님오신날 합장을 안 한 것을 놓고 ‘통합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합장이라…. 나는 (신학대학을 졸업한) 기독교인이고, 합장이라는 건 불교용어 아닌가. (형식은 다르지만) 같은 방법으로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는 것이다.”
―18일간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혀 달라.
“민생 대장정은 끝나겠지만 한국당이 뜻하는 바를 이루려면 갈 길이 멀다. 국민 속으로의 민생 대장정은 지금부터 시작이 아니겠나 싶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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