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에서 '한미 정상 통화 유출 사건' 언급
"신속·엄중 문책과 재발 방지로 믿음 회복해야"
외교부 인사 쇄신 강조…"타 부처에 비해 느슨"
"과장, 국장 짧게 하고 해외 나가는 풍토 개선"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24일 한미 정상 통화 유출과 관련 “최근 해외공관에서 국가기밀을 다루는 고위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기강 해이와 범법 행위가 적발됐다”며 “외교부를 믿고 아껴준 국민 여러분들의 기대를 저버린 부끄러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조 차관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이렇게 말하며 “신속하고 엄중한 문책 조치와 재발 방지 노력을 통해 하루빨리 외교부에 대한 믿음을 회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교부는 전문성과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승부하는 곳이다. 이것으로 실력을 보여주고, 이것을 자부심의 원천으로 삼아왔다”며 “그러나 지금 국내의 누구와 경쟁하고, 외국의 어떤 상대와 경쟁하더라도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겸허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고, 외교부의 조직과 일하는 문화는 미처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외교부의 미래는 없다. 외교부의 축적된 관습과 관행 가운데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미련없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며 쇄신을 강조했다.
조 차관은 특히 외교부 인사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혁신과 쇄신을 실천하는 데에는 인사가 중요하다”며 “묵묵히 실력을 쌓고 업무에 헌신하는 사람,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 그리고 기꺼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내고 발탁하는 인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저 자신부터 사사로운 인연과 인정에 얽매이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다짐했다.
그는 “5년 동안 외교부를 떠나있으면서 지켜보니 외교부는 타부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기강과 규율이 느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 업무에 관해서나 특히 인사문제에 관해서 개인적인 사유를 들어서 배려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채용 동기생 가운데 과연 어느 정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과장, 국장에 보임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조 차관은 그러면서 “능력이 검증된 사람은 본부에서 과장, 국장 직위에 오래 있으면서 외교부의 업무가 질 높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기여해줘야 하고, 특정한 전문분야에 속한 동료들끼리 보직을 주고받기 하는 식으로 1년 내지 1년 반 정도의 짧은 기간만 과장이나 국장으로 일하고 해외에 나가는 풍토는 개선돼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그는 “과장이나 국장 보직을 연속해서 2개 이상 하는 경우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장, 국장으로 보임된 후에 자리에 걸맞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에는 조기 교체도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인사를 하게 되면 개인들의 입장에서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을 감수하고 기꺼이 공적인 이익에 봉사하겠다는 각오야말로 고위공직자의 기본자세”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 차관은 끝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민족사에 ‘기회의 창’이 열렸다. 70년의 분단체제를 허물고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일이 시작됐다”며 “2000년과 2007년에 이어 세 번째로 찾아온 이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만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의 새로운 안보 질서를 실현시키는 일에 한국 외교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가 이러한 역사적 과업의 선두에 서고, 믿음직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만 한다”고 당부했다. 또 “실력 있는 외교가 곧 국민에게 사랑받는 외교다. 실력있는 외교를 통해서 외교부의 위신을 다시 세워보자”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외무고시 18회로 입부한 조 차관은 주일본대사관 1·2등 서기관과 공사참사관을 역임했으며, 외교부 본부에서 동북아시아국장을 지낸 동북아 문제에 정통한 외교관으로 꼽힌다. 2012년 한일정보보호협정 비공개 처리 논란으로 외교부를 떠났다가 지난해 국립외교원장으로 발탁됐다. 지난 23일 차관급 인사로 1차관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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