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영업비밀 물어도 되나”…청년 농부 “1억쯤 벌어”

  • 뉴스1
  • 입력 2019년 5월 24일 16시 34분


경주 옥산마을서 첫 모내기 ‘농심 청취’…“농기계값 부담 커 개선 필요”
“현정부 들어 쌀값 많이 올려…칭찬해달라”…이앙기 몰고 농약드론 작동도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경북 경주시 옥산마을에서 모내기를 마친 뒤 주민들과 새참을 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경북 경주시 옥산마을에서 모내기를 마친 뒤 주민들과 새참을 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오전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마을에서 주민들과 모내기를 하고 농심(農心)에 귀를 기울였다. 문 대통령이 직접 모내기를 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안강읍은 안강평야를 중심으로 집단화된 들녘을 갖춘 경주의 대표적인 쌀 주산지다. 옥산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한 옥산서원과 국가지정 보물 200여점을 보유한 마을로 마을 공동체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쯤 마을에 도착해 주낙영 경주시장으로부터 마을 현황과 경주시 농업현황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밀짚모자에 셔츠를 걷어붙이고 장화를 신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주가 농업 비중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라며 “이 마을 자체가 단순한 농촌마을이 아니라 아주 심상치 않다. 특별한 마을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또한 “이번에 서원들이 전체적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면 더 많은 관광객들이 유입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모내기 현장인 근처 논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농업용 드론의 농약 살포와 자율주행 이앙기의 모내기 과정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영농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문 대통령이 “(농약 살포 드론은) 얼마나 활용되고 있나”라고 묻자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은 “전국 1100여대로 파악하고 있는데, 최근에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옛날에 농약 살포 때문에 농민들이 이런저런 병에 걸리고 해로운 점이 있었는데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모내기 현장에서 직접 비료 살포용 드론을 작동해보면서 드론의 작동법을 상세하기 묻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모내기를 하러 이동하면서 젊은 영농인 부부와 만나 “이렇게 젊은 부부들이 농촌에서 농업에 종사하니까 아주 좋아 보인다”고 격려하며 농사일을 화제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젊은 사람들이 하기에 농업이 좋은 일이다, 장래성이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남편은 “본인만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장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주변에서 “올해 쌀값이 좀 올라서 (더 괜찮을 것이다)”라는 말이 나오자 남편도 “쌀값이 올라서”라고 웃으며 호응했고, 이에 문 대통령도 “좀 많이 올랐죠? 그것만큼은 정부 칭찬을 해주셔야 한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쌀값도 오르고, 지난 겨울 AI(조류 인플루엔자) 이런 게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아서 축산농가도 많이 좋아졌고, 대체로 채소농가들도 소득이 올라서 작년에 농가소득이 꽤 올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소득도 올라야 되는데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살려면 문화시설이나 교육시설이 좋아져야 하는데 그 부분은 아직 부족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아내는 “그런 게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이어 구체적인 농가 소득 얘기로 이야기가 흘러가자 문 대통령이 “연간 소득은 얼마나 되나. 영업비밀인가”라고 물었고, 한바탕 웃음이 쏟아졌다. 한쪽에서 “2억원 정도”라는 얘기가 나오자 부부는 “기계값이 너무 비싸서 그렇게까지는 안되고 1억원 정도”라고 정정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러니까 농기구 대금이 비싼 것이냐. 그런 것을 좀 농축산부에서 (개선해야겠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경북 경주시 옥산마을에서 이앙기를 몰며 직접 모내기를 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경북 경주시 옥산마을에서 이앙기를 몰며 직접 모내기를 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모내기를 마친 문 대통령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부녀회가 마련한 새참을 먹었다. 새참 메뉴는 잔치국수와 편육, 겉절이, 두부였고, 안강읍 막걸리도 곁들였다.

문 대통령은 “오늘 모내기에 동참하게 돼서 아주 기쁘다. 오늘 보니까 올 한 해 정말 대풍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 농민들은 대풍이 된다고 해서 꼭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격이 하락하는 아픔을 겪는데, 그래도 우리 정부 들어 재작년, 작년, 2년 연속 수요를 초과하는 생산량들은 다 시장 격리 조치를 취해서 쌀값을 상당히 올렸다. 그 점은 인정하시죠?”라고 물어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문화시설, 교육시설도 더 좋아져야 하고 농가소득을 꾸준하게 높이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며 “농민 여러분께서도 정부 정책에 대해서 다 찬성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농업정책만큼은 잘한다’ 칭찬을 해 주시면 좋겠다. 올해 대풍과 여러분들의 건강, 행운을 함께 기원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이날 모내기 행사에는 마을주민 40여명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경규 농촌진흥청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내기와 새참을 마치고 인근 유적지인 옥산서원과 정해사지 13층 석탑도 둘러봤다.

한편 이날 모내기 현장으로 평야가 많은 호남 등 대표적 농업지역 대신 TK(대구·경북) 지역을 고른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적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영남지역 지지율 하락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식이다. 문 대통령의 TK 방문은 지난해 11월(경북 포항)과 지난 3월(대구)에 이어 두 달 만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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