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이 전방위로 확전 되면서 한국을 상대로 대중 압박 외교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는 미국의 반(反) 화웨이 동참 요구 등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선 미국의 지지가 절실한 만큼 주요 2개국(G2) 패권 경쟁에 최대한 거리를 두겠다는 외교 기조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화웨이가 무역합의에 포함되는 게 가능하다”면서도 “화웨이는 안보와 군사 관점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 미 국무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에 대한 화웨이 거래제한 동참 요구에 대해 “모든 국가가 5G를 구축하는데 위험 평가에 기반한 보안체제를 채택하기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며 한국이 화웨이와 거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는 물론 동남아시아에서 화웨이 확장을 막기 위해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다음달 이뤄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서도 반화웨이 협력이 논의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는 뒤로 빠져 있겠다는 방침이지만 지난해 말부터 화웨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 내에서도 적지 않은 논의가 있었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과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FONOP)’에 대해서도 한국의 동참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안보회의에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하는 만큼 한국에 대한 미중 양국의 압력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를 강조하면서도 인도 태평양 전략에 거리를 두며 중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한 행보를 이어온 문재인 정부로서는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될수록 외교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28, 29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논의되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은 사실상 무산되는 수순이다.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이미 확정된 트럼프 대통령 방한과 비슷한 시기에 시 주석이 한국을 찾기는 어렵다는 것. 정부소식통은 “아직 논의 중이지만 시 주석의 방한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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