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회동한 사실이 27일 뒤늦게 알려져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을 제외한 야4당은 이날 양정철 원장이 정치 중립적이어야 할 정보기관의 수장을 만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정보기관을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며 의심을 거두지 않는 모습.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은 선거에 개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법에 정해져 있는 임무가 있고 외부 개입은 금지돼 있다”며 “만약 이것이 총선과 관련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 선거 전략가와 국정원장의 밀회, 국정원의 선거 중립은 물 건너갔다”며 “대한민국 국정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정보원이 아니다. 양 원장은 정보기관을 총선에 끌어들이려는 음습한 시도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장이 여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과 독대한 것만 해도 정치개입의 여지가 충분하다”며 “과거 국정원의 총선 개입 그림이 떠오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혜훈 정보위원장은 정보위를 즉각 요청해서 사실관계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라며 “이혜훈 위원장과 의논해서 정보위를 개최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종철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양 원장은 ‘사적인 지인 모임’이었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면 서훈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즉각 출석해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무려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슨 이유로 만나서 어떤 내용의 대화를 나누었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평화당은 홍성문 대변인 논평을 통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서훈 국정원장을 은밀하게 만났다. 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공한 셈”이라며 “양정철 연구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충성심이라도 온전히 지키고 싶다면 적어도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절제하고, 국정원장 또한 국회 정보위에 즉각 출석해 대화 내용을 공개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주어진 국가 안보에만 집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논평을 내 “총선이 일 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독대 의혹이 제기됐다. 만약 사실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만남이자, 촛불의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자유로운 사적 만남을 민주국가에서 통제할 수는 없지만, 더욱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국정원장은 애초 오해를 사지 않는 신중한 행동을 보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치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 원장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그는 서 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사적인 지인 모임”이라며 “특별히 민감한 이야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양 원장은 또 “당일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함께 한 만찬이었다”면서 “서 원장에게 모처럼 문자로 귀국인사를 드렸고 서 원장이 원래 잡혀있었고 저도 잘 아는 일행과의 모임에 같이 하자고 해 잡힌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양 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원래 약속이 있었던 것이고 일과 이후의 삶까지 이렇게 (보도)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적절한 만남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각자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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