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관 실무진 신속 징계수순
조윤제 대사는 문책 포함 안돼… 외교부 안팎 “꼬리 자르기 아니냐”
해당 외교관, 두차례 더 유출 의혹… “姜의원과 30년간 특별한 연락 없어”
姜은 “친한 후배 고초겪어 가슴 아파”… 한국당 “강경화 장관부터 교체해야”
외교부가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한 외교관 K 씨를 포함한 주미 한국대사관 외교관 3명을 중징계하기로 했다. K 씨에게 통화 내용을 전달받은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는 형사 고발을 예고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유출 사건이 발생한 주미 한국대사관의 총책임자이자 유출된 기밀 열람자로 지정된 조윤제 주미대사는 징계를 받지 않게 되자 ‘꼬리 자르기’ 논란이 퍼지고 있다.
○ 실무진만 처벌, 관리 책임 커지는 강경화-조윤제는 쏙 빼
전날 보안심사위원회를 연 외교부는 28일 이 같은 방침을 발표했다. K 씨의 상관인 고위공무원 A 씨는 관리책임 등으로, B 씨는 열람권이 없는 K 씨에게 문서를 보여준 책임으로 각각 중징계 대상에 포함됐다. K 씨와 B 씨에 대한 징계 여부는 30일 열리는 징계위원회에서, 고위공무원인 A 씨는 중앙징계위원회를 거쳐 징계가 결정된다. 이례적으로 신속했던 징계 수순에 외교부는 “금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내려진) 결정”이라고 밝혔다.
조 대사는 문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외교 당국자는 조 대사 처벌에 대해 “별다른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만 말했다. 외교부 안팎에선 K 씨 외에 정무라인 2명만 문책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비밀관리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처벌 사유가 공관 책임자인 조 대사에겐 왜 적용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연쇄 의전 참사에 이어 정상 통화 내용 유출이라는 대형 악재가 터지자 강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외교 수뇌부에 대한 인적 쇄신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조 대사나 강 장관의 책임을 물으면 결국 청와대의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어서 여권이 발언을 아낀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 장관이 조사를 채 마치기도 전에 K 씨의 ‘의도성’을 강조한 것도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강 장관은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출장에서 만난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와 이튿날 귀국길에서 “(K 씨가) 의도가 없이 그랬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K 씨는 28일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원에게 외교부 정책을 정확히 알리는 것도 외교관의 업무라고 생각했고, (알려준 내용이) ‘굴욕 외교’로 포장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미국 현지 조사에서는 유출 부분에 조사가 집중됐고, 27일에야 K 씨는 의도성과 관련된 입장을 외교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이 충분한 소명을 듣지 않고 언론에 K 씨의 의도성을 부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조사에 따르면 K 씨는 3급 외교비밀인 한미 정상 통화 내용에 온전한 접근 권한이 없지만, 권한이 있던 B 씨가 업무차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K 씨의 변호인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관행처럼 대사관에서 업무 관련자들에게 숙지하라고 내용을 복사해 책상에 놔둬서 읽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부 보안심사위원회 결과 K 씨는 정상 통화 외에도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 만남 불발,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실무 협의 관련 내용을 강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 K 씨 “30년 넘게 특별한 연락 없어” vs 강효상 “친한 고교 후배”
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문재인 정권이 눈엣가시 같은 야당 의원 탄압 과정에서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려 하는 작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K 씨에 대해서는 “친한 고교 후배가 고초를 겪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K 씨는 변호인을 통해 “30년 넘게 강 의원과 특별히 연락한 일이 없다. 올해 2월 이후 미국을 찾은 강 의원을 두 차례 만났으며 몇 번 통화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강 장관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민감한 외교전쟁에서 야당 죽이기만 하고 있다. 강 장관 교체부터 해야 외교부가 바로 서는 길”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열고 한국당을 압박했다. 이해찬 대표는 “한국당이 (강 의원을) 비호하는 입장을 내놓는 것을 보면, (강 의원) 개인 일탈이 아니라 제1야당이 관여한 행위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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