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외교관 K 씨가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한 사건과 관련해 직접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러면서 외교부 등 공직 사회의 흐트러진 기강과 유출 내용을 폭로한 한국당을 비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외교부 기밀 유출 사건’이란 표현을 써가며 외교부 책임을 직접 거론한 만큼, 강경화 장관이 어떤 식으로든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여권에서 확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가의 외교상 기밀이 유출되고, 이를 정치권에서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며 “변명의 여지없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정부로서는 공직자의 기밀 유출에 대해 국민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현 정부에서 발생한 사안과 관련해 직접 사과한 건 지난해 7월 최저임금 관련 언급 이후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이어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강 장관 책임론과 관련해 “해당 외교관에 대한 징계가 결정되면 추후에 궁리해야 할 사항”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강 장관이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 등으로 당장 물러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다음 개각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한국당을 겨냥해선 “정상 간의 통화 내용까지 유출하면서 정쟁의 소재로 삼고, 이를 ‘국민의 알권리’라거나 공익 제보라는 식으로 두둔하고 비호하는 정당의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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