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청와대 제공) 2018.9.5/뉴스1
‘하노이 노딜’ 이후 최근 숙청 보도가 나왔던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며 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노동신문은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군인 가족 예술 소조 공연’을 관람했으며 이 행사에 김 부위원장도 참석했다고 3일 전했다. 김영철의 마지막 공개 행보는 국무위원회 단체 사진(4울 12일)이 공개된 이후 52일 만이다.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그동안 김영철 등 협상 라인은 문책설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김영철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4월15일), 방러 환송 행사(4월24일) 등 그동안 중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신병 이상설도 나왔다. 이에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의 원인·배경에 대한 총화(검열)를 하는 과정에서 북미, 남북 협상을 주도한 김영철에게 책임을 물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 그러자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등 국제 사회의 여론을 의식해 김영철을 이날 행사장에 호출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영철의 등장은 교화형에 처했다는 국내 언론 보도(5월 31일) 이후 사흘만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3차 북미정상회담을 연내에 개최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대화 실무를 맡았던 김영철에게 심한 문책을 한다면 미국이 ‘정상국가화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고 비난할 수 있고, 미국의 진의를 전달받기도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은 이날 비록 건재함을 과시했으나 9명의 당 부위원장 중 맨 마지막에 호명됨으로써 이전보다 당내 서열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2월 하노이 회담 이전만 해도 주요 행사에서 리수용 당 부위원장보다 먼저 호명됐으나 이날은 올 4월 새로 임명된 최휘(근로 단체), 박태덕(농업) 부위원장보다도 늦게 불렸다. ‘자리’도 밀려났다. 김영철이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 주석단 끝부분(김 위원장 좌측 5번째)에 앉아 ‘예전만 못 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지난 4월 장금철을 새 통일전선부장으로 임명한 건 김영철을 숙청했다기보다는 대외 협상에서 배제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철이 악성종양 제거를 위해 한동안 입원을 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4월 말 김영철 부위원장이 신병 치료로 인해 북한의 봉화진료소 혹은 중국의 인민해방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날 공연에도 김 위원장을 그동안 그림자처럼 수행했던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보이지않았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김여정이 지금 나타나지 않고 있는 건 (북한 내) 분위기가 나쁜데 조용히 좀 지내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서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자 백두혈통인 만큼 아무 문제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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