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김원봉’ 언급에 독립유공자 지정 논란 재점화…2野 ‘반발’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6일 17시 54분


추념사에서 국군 창설·한미동맹 토대 마련한 인물로 꼽아
한국당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서훈 위한 분위기 조성용"
바른미래당 "난데없이 북한 6·25 전쟁 공훈자 소환하나"
靑 "통합 광복군을 기초로 언급…원래 취지 주목해주길"

문재인 대통령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현충일 추념식에서 약산 김원봉(1989~1958)의 공적을 거론했다. 이에 따라 김원봉을 비롯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의 유공자 지정 여부를 두고 또 다시 논란이 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돼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힘으로 1943년 영국군과 함께 인도-버마 전선에서 일본군과 맞서 싸웠고, 1945년 미국 전략정보국(OSS)과 함께 국내 진공작전을 준비하던 중 광복을 맞았다”며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 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역설했다.

김원봉은 1919년 일제 수탈에 맞서 의열단을 조직해 독립운동을 했다. 1938년 조선의용대장, 1942년 광복군 부사령관, 1944년에는 임시정부 군무부장과 국무위원을 지냈다. 일제 강점기 무장 독립투쟁사에 있어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광복 이후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노동당 고위직을 지내 현대사에서 그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논쟁이 적지 않았다. 김원봉은 자신이 따르던 여운형이 암살당한 1947년 조선공산당 창당 주역 박헌영 등과 함께 월북했다.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해 국가검열상에 임명됐고, 노동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등 고위직을 지냈다.

문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언급한대로 라면 북한 정권 초기 실세였던 김원봉을 국군 창설과 한미동맹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이 독립운동가로서 김원봉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8월15일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영화 ‘암살’을 관람한 뒤 “이제는 남북 간의 체제 경쟁이 끝났으니 독립유공자 포상에서 더 여유를 가져도 되지 않을까? 광복 70주년을 맞아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잔 바치고 싶다”고 페이스북에 적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를 추모하는 현충일에 김원봉을 재차 언급한 것을 두고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서훈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대통령의 언급과 서훈 추서와의 상관관계를 묻는 질문에 대해 “별개의 문제”라며 “보훈처가 할 부분”이라고 했다.

김원봉은 과거 독립유공자 서훈 규정에 부합하지 않아 지정 대상으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으나 현 정부 들어 관련 기준이 바뀌면서 독립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기 시작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독립유공자 선정 기준을 개정하면서 ‘광복 후 행적 불분명자’(사회주의 활동 경력자)도 포상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지만 ‘북한 정권 수립에 직접 기여하지 않은’ 인물이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김원봉은 영화 ‘암살’은 물론 ‘밀정’에서도 일제 강점기 무장 독립운동단체를 이끈 인물로 조명됐다. KBS 다큐멘터리에서 그의 공적을 다뤘고, 최근에는 김원봉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MBC 드라마 ‘이몽’이 방송 중이다.

김원봉의 일대기가 영화나 드라마로 그려지고,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그의 공적을 거론하면서 김원봉을 비롯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서훈 검토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피우진 보훈처장은 지난 3월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서훈에 대해 “지금 현재 기준으로는 되지 않는다”면서도 “의견 수렴 중이며 가능성은 있다”고 밝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보훈처가 김원봉을 비롯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의 서훈을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하거나 국민적 여론 수렴 등의 절차를 밟을 경우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와 관련해 “보수와 진보를 나누지 말자는 대통령의 언급이 김원봉 등 대한민국에 맞선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까지 서훈하기 위한 이 정권의 분위기 조성용 발언은 아니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군 전몰장병의 희생까지 기린다면서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하고 6·25 남침의 공으로 북한에서 훈장까지 받았다는 김원봉을 콕 집어 언급한 데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도 “애국에 보수 진보가 없다면서 난데없이 북한의 6·25 전쟁 공훈자를 소환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이념이나 정파를 뛰어 넘자는 것이 대통령 발언의 원래 취지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한미동맹이나 국군 창설 뿌리 언급과 관련해서는 통합된 광복군을 기초로 한 것”이라며 “원래의 취지를 인지해주고 주목해달라”고 수습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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