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의 원로 소설가인 이문열 씨(71)가 8일 오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차 한잔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황 대표가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융성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자 “문화융성은 좋지만 방향성과 질(質)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한 것이다.
각계 원로를 만나 조언을 구하고 있는 황 대표는 이날 경기 이천시에 있는 이 씨의 문학사숙 부악문원을 찾았다. 두 사람은 이 씨가 직접 끓여온 룽징(龍井)차를 두고 50분가량 차담을 나눴다. 황 대표가 “(문화융성의) 어떤 점이 문제였다고 보느냐”고 묻자 이 씨는 박 전 대통령 취임식 행사인 ‘희망이 열리는 나무’(오방낭 복주머니) 제막식 행사를 거론하며 “아주 엉뚱하고 좋지 않은 조짐이 느껴졌다”고 했다. 취임식 총감독인 뮤지컬 ‘명성황후’ 연출가 윤호진 씨와 막역한 사이인 이 씨가 취임식을 보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연락했더니 윤 씨가 “(자신과 상의 없이 내려진 결정으로) 나도 화가 난다”고 했다는 것.
이 씨는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선 “지나치게 기울어진 문화 진지를 바로잡는 노력이었겠지만, 인원이 너무 많고 서툴러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 자기들(보수 성향 문화인)만 손해를 봤다”고도 했다.
이날 황 대표는 이 씨의 발언을 묵묵히 들으면서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황 대표는 만남 뒤 기자들에게 “(이 씨가) 9년 보수 정치에 있어서 아쉬웠던 점들을 말씀하셨고, 다 귀한 말씀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당에 기여해달라는 제의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그런 언급은 없었다. 1월부터 건강이 안 좋아 술도 하지 않고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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