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 질타
이견 있는 '혁신위 구성'은 워크숍에서 논의할 듯
바른미래당 내홍이 심화하는 가운데 의원 워크숍이 예정된 10일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 모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을 정부가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둘 사이 이견이 존재하는 혁신위원회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오후에 열릴 워크숍에서 치열하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대외여건 악화는 우리 경제 악화의 주요 요소다. 핵심은 미중 무역전쟁이다”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중국은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IT기업을 불러 중국에 대한 압박에 협조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한다. 미국은 주한대사가 직접 나서서 화웨이를 쓰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라며 “미중 무역 전쟁이 한국을 덮치는 형국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우리의 앞길은 막막해지고 있다. 한국의 외교는 최악의 상태에 있다”며 “주변국이 한국을 정신없이 몰아치고 있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와 청와대가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를 절망에 빠지게 한다”라고 했다.
손 대표는 “외교도 무너지고 있다”며 “외교부는 지금 기밀유출과 개인비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고, 외교부 장관은 우리 국민의 해외사고 수습에 전전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당연히 외교관의 업무 자세를 바로잡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외교적 역량을 집중해야 하지만, 새롭게 전개되는 국제전쟁과 경제전쟁에 대한 외교 역량을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우리를 엄습하고 있는 무역전쟁을 먼산 바라보듯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지금이라도 대통령 주재 하에 경제전략안보회의를 열 것을 요구한다. 외교능력을 강화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라고 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도 “미중 무역분쟁이 전쟁수준으로 확산되면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 상황이 됐다”며 “수출 주력업종인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무선 통신기기와 디스플레이 수출도 몹시 위태롭다”라고 우려했다.
오 원내대표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자기편을 들어야 한다면서 양쪽에서 압력을 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혜를 모아야 별탈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다”며 “정부는 만들겠다고 하고 아직 진행하지 않은 미중 무역전쟁 전담부서를 신설하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그는 “답 안 나오는 소득주도성장으로 경제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가운데 설상가상 미중 무역분쟁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다”며 “청와대 말대로라면 이 판국에 재정을 쏟아부으면 무역분쟁 위기가 비껴가고 경제가 좋아질 것이란 얘긴데 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그동안 정책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재정투입을 늘리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라며 “투자쇼크와 고용쇼크를 부른 경제 파탄 정책이자 기업 해외이전을 부추기는 경제 자살 정책이다”라고 비판했다.
국회에는 “여야도 위기극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며 “국회정상화 협상이 마지막 조율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힘겨루기만 반복하고 있어 유감의 뜻을 밝힌다. 오늘 중이라도 임시국회에 협조해줄 것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이처럼 미중 무역전쟁에는 한목소리로 우려한 것과 달리 ‘혁신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손 대표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혁신위원장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주대환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에 대해 “다른 분이 추천을 했다”라며 “구체적으로 협의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주 공동의장이 동아시아미래재단에 몸담고 있어 당내 인사라는 반발에 대해서는 “당내 인사는 아니다. 당하고는 전혀 상관없다”며 “‘자유화 공화’에서 사무총장하던 박형준과 박인재 변호사와 함께 셋이 보수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관심많다”라고 했다.
혁신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정병국 의원에 대해서는 “훌륭한 분이지만 당에서 반대 세력이 많이 생겼다”며 “정 의원의 능력이나 품격을 높게 사고 존경해 추천했지만, 그 때 당에선 안 된다고 해서 합의가 안 됐다”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어 “제가 근래에도 정 의원을 만났다. 당이 이렇게 분열돼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을 한다”라고 전했다.
혁신위원장 후보군이 여러 명인지 묻자 “많은 분들의 추천을 받고 접촉도 하고 만나고 있지만, 당이 분열된 상태에서 누가 맡아서 해줄 수 있겠나”라고 탄식했다.
오 원내대표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워크숍에서 혁신위를 어떻게 규정하고 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자는 얘기가 나왔다”라고 전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30분까지 국회에서 워크숍을 진행한다. 혁신위 구성을 포함 당내 여러 현안들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