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좋은 말을 골라 사용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미덕”이라고 밝혔다. 약산 김원봉 발언 등을 둘러싸고 막말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정치권을 다시 정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제32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사를 통해 “민주주의는 대화로 시작해 대화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기념사는 9일 북유럽 3국 순방을 위해 출국한 문 대통령을 대신해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독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깨어 있는 시민들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언제라도 과거로 퇴행하고 되돌아갈 수 있음을 촛불혁명을 통해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다시 촛불혁명을 통해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 더 좋은 민주주의를 시작했다”며 “일상 속의 민주주의가 더 튼튼해져야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의 막말 논란은 물론 여야의 극단 대치로 추가경정예산 통과를 위한 국회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대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3·1절과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 현충일 추모사에 이어 4번 연속 정치권을 비판한 것.
특히 경제 인식 전환을 두고 야당이 소득주도성장 정책 변경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경제에서도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며 “민주주의가 더 커지기 위해서는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며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포용적 성장 기조 유지 방침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사회갈등에 대한 시민들의 민주적 해결 능력과 타협하는 정신이 필요하며, 이러한 능력과 정신이 성숙해질 때 우리는 포용국가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과격 시위를 이어가면서 사회적 대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이날 메시지에 대해 “특별히 정치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야당의 막말 논란에 대해선 날을 세웠다. 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을 ‘천렵질(강가에서 고기 잡으며 즐기는 놀이)’에 빗댄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의 논평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잘 이해가 안 되는 논평들이 많아서 대응하지 않는 게 적절한 것 같다”며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해달라”고 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이날 ‘표현의 자유 억압 실태 토론회’에 참석해 “역대 가장 비민주적인 정권”이라고 비판한데 대해선 2017년 63위에서 올해 41위로 오른 ‘국경없는 기자회’ 언론자유지수를 언급하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 비교해 보면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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