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인정한 탄도미사일, 우리는 왜 못할까?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2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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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발사체, 미사일, 로켓 등을 구별하는 객관적인 기준은 무엇인지, 북한의 신형무기가 미사일로 판명 났을 때 국제사회의 어떤 약속을 위반한 것인지 또 국제사회는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차지현 연세대 경제학과 14학번(아산서원 14기)

A. 올해 5월 4일과 9일의 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해 여러 표현이 혼용해 사용되다 보니,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 및 우리 안보에 주는 함의보다는 발사체에 대한 용어가 이슈화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합참은 5월 4일 북한의 시험발사에 대해 처음에 ‘불상 단거리 미사일’로 발표했다가, 40분 뒤 북한이 오전 9시 6분경부터 9시 27분경까지 강원도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불상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고 수정해서 발표했습니다. 5월 8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전화로 북한이 지금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고요.

5월 9일 북한의 시험발사에 대해 합참은 오후 4시 29분경과 4시 49분경 평안북도 구성지역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 발사체’를 각각 1발씩 2발을 동쪽 방향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존 볼턴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북한이 시험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이라며 유엔결의안 위배라고 했고, 아베 일본 총리도 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시험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직접 언급했습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유엔결의안 위배일 것이라고만 언급했습니다. 6월 1일 샹그릴라 회의에서 정경두 국방장관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5월 4일과 9일의 북한의 시험발사체에 대해 같은 기종의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평가하며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유사한 특징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지난 한 달간의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된 다양한 언급은 결국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을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언가를 공중으로 날려 보내는 운반체인 발사체가 가장 광의의 개념이고, 그 중 로켓 모터를 사용하는 로켓은 우주발사체와 미사일이고, 미사일 중 로켓모터로 비행하는 것은 탄도미사일입니다.

먼저 발사체란 보통 지상에서 우주궤도 또는 아주 먼 우주공간까지 인공위성이나 유인 혹은 무인 우주선을 실어 나르는 운반체를 지칭하지만, 발사체 꼭대기 부분에 탄두가 탑재된다면 이 발사체는 미사일로 호칭됩니다.

로켓은 추진제를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기체를 빠르게 내뿜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어 앞으로 나가는 비행체를 통칭하지만, 로켓모터로 가동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로켓모터는 초기 가속이 매우 높아 미사일처럼 급가속이 필요한 곳에 사용되고, 반작용 질량인 추진제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진공인 우주공간에서도 작동합니다. 따라서 많은 로켓을 동시에 발사하는 방사포(multiple rocket launcher)를 비롯해 미사일과 우주선, 인공위성 발사체 등이 포함됩니다. 특히, 모든 우주선에는 로켓 모터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우주발사체를 우주로켓이라고도 부릅니다.

미사일은 로켓 또는 제트엔진으로 추진해 공중을 비행하며 외부의 유도에 의하거나 자체의 힘으로 수정해 가며 탄두를 목표까지 운반하며 폭발시키는 무인비행체인데요. 탄도미사일은 연료가 점화되면서 추진제가 전소할 때까지 로켓모터가 계속 가동해서 비행하기 때문에 포물선 형태의 탄도를 그립니다. 반면, 제트 엔진을 사용하는 순항미사일은 공기를 흡입해 연료를 연소시켜야 되기 때문에 대기권 안에서 지표면을 따라 비행합니다.

일부에서 ‘장거리 로켓’ 이라고 불렀던 북한 은하3호의 잔해물. 동아일보 DB
일부에서 ‘장거리 로켓’ 이라고 불렀던 북한 은하3호의 잔해물. 동아일보 DB
이처럼 발사체, 로켓, 미사일로 혼용해서 사용됐지만 이들의 교집합은 탄도미사일로 수렴됩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5월 27일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무엇이든 발사하면 탄도를 그으며 날아가기 마련인데 사거리를 논하는 것도 아니고 탄도기술을 이용하는 발사 그 자체를 금지하라는 것은 결국 우리더러 자위권을 포기하라는 소리나 같다”고 주장함으로써 북한 스스로 신형 단거리 미사일이 탄도미사일을 인정한 셈이 됐습니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비행기처럼 제트엔진과 날개를 달고 비행하기 때문에 탄도를 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탄도미사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를 주저했을까요? 바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때문입니다. 2006년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안 1718호는 북한에게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하지 말 것과 더불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후 2009년 유엔대북제재결의안 1874호/1887호, 2013년의 2087호/2094호, 2016년의 2270호/2321호, 2017년의 2356호/2371호/2375호에 이르기까지 유엔 대북제재결의안은 반복해서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시험발사 중단을 비롯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 중단, 즉 모든 미사일 발사 중단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북제재 결의안은 주로 북한의 핵실험과 화성-12호, 화성-14호, 화성-15호의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채택됐지, 북한의 단거리 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해서는 대북제재 결의안이 별도로 채택된 적은 없습니다.

따라서 금번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유엔 대북제재결의안 위배는 명백하지만, 이를 두고 추가적인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더욱이 북-미 양국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서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상대방이 먼저 계산법을 바꾸기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우리를 포함해 관련 국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년 전과 오늘을 비교해 보면 화려한 정치적 움직임과 수사가 결코 우리가 원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앞당겨주지 않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성급함보다는 냉철한 전략과 로드맵이, 정치적으로 중화된 표현보다는 정확한 사실(fact)과 용어 사용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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