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에 멀어진 “누님”…여야 원내대표 관계에 ‘변화’

  • 뉴스1
  • 입력 2019년 6월 14일 16시 42분


나경원, 3주 지나자 이인영 향해 “착한 동생이 나쁜 말”
이인영 “누나가 꼭 필요하진 않아”…“좋아하는 윤소하” 찾은 오신환

“저희 어머니가 진짜 누님을 두 분이나 낳아주셨는데, 꼭 누나가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가 노력을 한 것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취임 이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의 첫 대면 자리에서 나왔던 “누님” 언급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지난달 9일 취임 인사차 나 원내대표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말하자 이 원내대표는 “밥을 잘 사주시겠다고 하니 저는 밥도 잘 먹고 말씀도 잘 듣겠다”며 자세를 한껏 낮춰 화답했다.

이는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여야 대립이 이어지며 정국이 꽉 막힌 상황에서 이들 원내대표들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국회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됐다.

과거 한국당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던 이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서만큼은 작심한 듯 비판을 삼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국회 정상화 협상에 착수한지 한달여가 지나서도 국회 파행이 계속되자 만남 초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두 당 원내대표 사이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협상이 진퇴를 거듭하며 진통을 겪자 이들의 ‘누님·동생’ 관계도 소원해진 것으로 보인다.

“마치 여당은 국회 정상화 노력을 하는데 야당이 폐업하는 것처럼 ‘몽니 프레임’을 주입한다…착한 동생이 왜 이렇게 나쁜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나 원내대표, 지난달 31일 ‘국정원 관권선거 의혹 대책위 회의’ 발언)

“저로서는 여당의, 집권당의 원내 대표로서 야당의 원내대표한테 동생 취급을 받으면서도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해서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 정성을 다했다.”(이 원내대표, 지난 4일 CBS라디오 인터뷰 발언)

이 원내대표 입장에선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지난 4월 25일 국회에 제출된 지 수십일이 지나도록 통과되지 않자 압박감이 커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에서 주포급 공격수로 통하던 이 원내대표가 취임 이후 약 1개월에 걸쳐 ‘한국당 달래기’를 계속하는 것을 두고 당내에선 “몸에서 사리가 생길 것 같다”는 말 마저 나온다.

반면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한국당 패싱’을 경험한 나 원내대표도 국회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상화 이후 여야 4당(민주당·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이 지정한 패스트트랙 법안이 그대로 추진되면 원내 전략을 총괄하는 나 원내대표는 이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나 원내대표와 함께 한국당의 ‘투톱’인 황교안 대표가 최근 “패스트트랙 지정을 철회하면 곧바로 국회로 복귀하겠다”고 발언한 것 역시 압박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파행이 지속되면서 “누님”과의 정치적 거리가 멀어진 것은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다. 이 원내대표와 “왕누나”를 자처한 나 원내대표 사이에서 협상을 중재해온 오신환 비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최근 단독 국회 소집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오 원내대표는 14일 “끝내 거대양당의 대립으로 협상 타결이 무산되면 독자적으로 국회의 문을 여는 방안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며 “다음 주엔 어떤 방식이 됐든 국회가 열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며 농성 중인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를 찾아 정의당과 스킨십을 넓혔다. 당초 윤 원내대표와 오 원내대표는 종종 술자리를 함께하며 ‘형님·동생’ 사이로 지내왔다고 한다.

오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윤 원내대표와 만나 “존경하고 좋아하는 윤 원내대표님”이라고 운을 떼며 “이번주가 제가 제시한 마지노선이다. 이번주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한다는 연장선상에서 찾아왔다”고 했다.

앞서 국회 정상화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자 윤 원내대표는 최근 자신의 명의로 6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 서명을 받아왔다. 임시국회를 소집하기 위해선 국회의원 75명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윤 원내대표는 30여명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미래당 역시 다른 당 소속 의원들의 협조가 있어야 국회를 소집할 수 있다.

이제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은 이번 주말 막판 협상을 앞두고 있다. 협상이 결렬된 이후엔 이들 3당 원내대표들의 간극 좁히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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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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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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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3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국회 정상화를 요구하며 농성중인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를 방문해 대화를 하고 있다. 2019.6.13/뉴스1 © News1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오른쪽)가 13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국회 정상화를 요구하며 농성중인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를 방문해 대화를 하고 있다. 2019.6.13/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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