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강기정 전격 회동…“더 자주 소통하자”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14일 18시 18분


"국회 정상화 협상은 원내 문제라 개입 안해…대통령도 지시"
"국민청원 답변은 정무수석 업무…야당탄압 또는 선거운동 아냐"

자유한국당과 청와대의 감정싸움이 격화된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와 강기정 정무수석이 14일 국회에서 전격 회동을 가졌으나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은 큰 진전이 없었다.

이날 회동은 강기정 수석이 나 원내대표를 찾아와 국회에서 접견하는 형식으로 오후 4시50분부터 약 40분 간 양측 모두 배석자 없이 열렸다.

제1야당의 원내수석과 청와대 내에서 정치권과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는 정무수석 간 회동 자체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문 대통령의 지시나 의중과는 무관하게 강 수석의 독자적 판단으로 면담을 먼저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로 진행한 회동에서 최근 국회 파행의 책임을 두고 청와대와 한국당이 공방전을 벌였던 점에 비춰볼 때 이에 대한 해명이나 유감 표명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 정당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국민청원에 대한 강 수석의 답변이 야당 탄압 논란을 일으켰던 만큼 이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서면서 국회에 조속한 추경안 처리를 주문한 만큼 강 수석이 제1야당에 이에 대한 원활한 협조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나 원내대표와 강 수석 간 면담 내용이나 논의 사안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날 회동을 계기로 당분간 청와대와 제1야당 간 감정싸움은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간 물밑협상이 기로에 선 가운데 진통을 거듭하며 협상 막판 교착 상태에 빠진 국회 정상화 논의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강 수석은 국회 정상화 협상은 원내 문제인 만큼 청와대가 깊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장기간 대치정국에서 여야 간 예민한 물밑협상에 굳이 청와대가 개입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강 수석은 면담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원내 협상이나 국회 문을 여는 문제는 원내대표끼리 의논해야 하는 문제이다. 또 원내대표들끼리 잘 할거라고 믿는다”며 “대통령께서도 원내의 일은 원내끼리 잘 하는 것이 좋겠고 원내에서 합의해서 요구해오면 그것에 대해서 적절히 판단해서 대응하는게 좋겠다는 지시사항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의 소통이 부족했다면 더 많이 소통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나 대표님이 더 자주 많이 소통하자고 그러셨다”고 전했다.

나 원내대표는 강 수석과의 면담을 묻는 질문에 “오늘은 내가 특별히 말씀을 안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서로 말을 아끼는 게 좋은 것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

다만 “처음부터 이 문제는 감정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국회 정상화 협상에 대해서는 “조금 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주말에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 여부에 대해서도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강 수석이 회동을 마치고 나간 직후 나 원내대표를 찾아가 만났지만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에는 크게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 원내대표는 협상 진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진전이 없다”며 “강기정 수석 만난 것에 대한 얘기를 들었고 어쨌든 주어진 시간이 내일하고 모레까지니깐 결단을 내려달라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강 수석은 나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곧바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잠시 만난 후 국회를 떠났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국회 정상화에 걸림돌이 됐다는 건 한국당 판단일 수 있는데 국회 정상화는 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 원내 교섭 3당의 문제였고, 그 외에 국회 구성원으로 또다른 소수 정당도 있었고 여기서 결론내는 것이 국회 정상화의 핵심이다”라며 “청와대가 개입할 여지 없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협상과 관련해서 청와대가 개입할 이유도 없고 제가 전권을 가지고 하는 건데 청와대를 끌어들일 이유도 없다”며 “저는 최후의 순간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후의 순간이 언제냐의 문제만 남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3일 나경원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야당에 진지하게 한번이라도 국회 열자고 이야기한 적 있나. 패스스트랙을 강행시켜 놓고 그 이후에 청와대 정무수석, 대통령 실장이 한번이라도 나를 만나자고 찾아온적 있었느냐”며 “이렇게 소통하려는 노력은 안 하고, 야당을 무조건 압박하는, 정말 나쁜 청와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나 대표가 지금까지 연락하지 않았다는 것은 전체 맥락에서 맞지 않은 얘기”라며 “나 대표가 국회 파행사태에서 청와대는 빠지라고 언급했다. 그 전까지는 계속 나 대표와 연락을 했었는데 빠지라고 해서 더이상 연락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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