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 "아베 총리 G20서 한일회담 개최 않기로"
日, 징용중재위 요청 외교부 거절에 보류 방침
정부 "회담 성사 여부 결정된 바 없어" 입장 고수
日 G20 호스트 국가라 韓 제안시 거절 어려울 듯
"불편하다면 스탠딩 약식회담으로 할 가능성도"
일본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별도의 한일 정상회담은 열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논의를 위한 중재위원회 구성 요청을 우리 정부가 거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28~29일 오사카(大阪)에서 개최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을 방침을 확정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산케이는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이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성과 있는 회담은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협의 요청은 물론 중재위 개최에 대해서도 ‘신중히 검토 중’이라는 태도로 일관하자 일본의 불만이 표출된 대응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한일 정상회담과 연계해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이 전범 기업들의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확정 판결을 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지난 1월9일 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한일 청구권협정상 분쟁 해결 절차인 외교적 협의를 요청하면서 30일 내로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었다.
그러나 한국 측이 이에 응하지 않자 일본 외무성은 지난달 20일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거해 제3국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 설치 요청 카드를 꺼내들었다.
외교부는 중재위 설치에 대한 답변 시한 만료일인 전날(18일)에도 “신중히 대응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며 일본의 요청을 사실상 거절했다.
산케이 보도에 대해 청와대와 외교부는 이날도 “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애매한 답변만 내놨다.
G20 회의가 열흘도 안 남은 상황에서 청와대와 외교부는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측이 중재위 개최를 한일 정상회담 전제 조건으로 내걸면서 양국 간 입장차가 지속될 경우 G20 계기 정상회담 성사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10월 이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위안부 재단 해산, 초계기 갈등 등을 두고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G20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풀 어사이드(pull-aside·대화를 위해 옆으로 불러낸다)’ 방식의 약식 정상회담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왔었다.
외교가에서는 중재위 개최 요구를 한일 정상회담의 개최 전제 조건으로 삼으려는 일본 정부가 G20 정상회의 전까지 자국 언론에 입장을 흘리면서 중재위 구성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중재위 설치에 대한 답변 기한은 지났지만 일본 정부는 당분간 한국 측에 중재위 개최 요청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혀 한국 정부를 G20 전후로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또 G20 계기 한일 정상회담은 물건너가더라도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될 경우 중재위 설치에 응할 것을 우리 측에 거듭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이 정상회담 보류 방침을 정했지만 이번 G20 정상회의 호스트(주최국) 국가이기 때문에 방문 국가와 양자회담을 회피하는 것은 어려워 한일 정상회담이 약식회담으로라도 개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만남조차 갖지 않는다면 일본 내부적으로도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중재위 구성 문제로 버티기를 하고 있지만 호스트 국가인데 우리가 (정상회담을) 제안하면 수용할 수 밖에 없다”면서 “불편하다면 스탠딩 약식회담으로라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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