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7개월 만에 내놓은 해법은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인 기금 마련 방안이었다.
한일 기업의 출연금으로 공동기금을 조성해 강제징용 피해자를 보상하자는 제안은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직후 일부 한일 관계 전문가들이 제시해 온 해법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1월 한일 기업과 양국 정부가 참여하는 공동기금 조성에 대해 “발상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은 한일 관계 악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이날 외무성 청사로 김경한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불러 “제3국에 의뢰해 중재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요구하는 등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 발표 직후 일본 정부는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오스가 다케시(大菅岳史) 외무성 보도관은 “(한국의 제안은)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방안이 아니다. 한국 측에 일본의 입장을 전달한 상태”라고 했다. 정부가 일본의 거부 의사를 알고도 발표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28, 29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뭐라도 해서 한일 간에 대화를 복원시키려 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일본 기업은 물론이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의견 수렴에 대해 “(피해자와) 접촉했다기보다는 각계 인사와 언론 및 여론을 접촉하고 분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의견 수렴 없이 추진했다는 이유로 현 정부가 해산을 결정한 화해치유재단과 다를 바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만 이날 정부의 제안으로 한일 관계의 변곡점이 마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 외무성 입장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보다는 ‘만족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부터 한국 측과 논의해 보겠다’는 의미에 더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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