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9일 “조선(북한) 동지들과 지역의 항구적인 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함께 작성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 14년 만의 방북을 하루 앞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북-중만의 비핵화 플랜을 짤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중국이 비핵화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 시 주석 “북-중 친선 천만금 주고도 바꿀 수 없다”
시 주석은 이날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중조(중국과 북한) 친선을 계승하며 시대의 새로운 장을 계속 아로새기자’는 기고를 통해 “조선반도(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가 마련됐다”며 “(북한과) 지역의 항구적인 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함께 작성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1월 북-중 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 정세 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정해 나가는 문제와 관련해 심도 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진행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시 주석이 ‘연구·조정’ 차원을 넘어 북핵 로드맵을 ‘작성’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면서 “조선 측 및 해당 측들과 함께 의사소통과 조율을 강화하고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이 이룩되도록 공동으로 추동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또 “대화를 통하여 조선 측의 합리적인 관심사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도 했다. 중국의 ‘북핵 촉진자’ 역할을 공식화하면서도 한미일에 맞선 북-중-러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방북하는 시 주석은 “70년간 우리는 한배를 타고 비바람을 헤치면서 꿋꿋이 전진해 왔다”면서 “이 우정은 천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조 친선 협조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변할 수도 없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중조 친선 협조 관계를 설계하고 전통적인 중조 친선의 새로운 장을 아로새기려고 한다”고도 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시 주석이 북한과 연대해 사실상 새로운 ‘항미원조결사항전’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했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북-중이 함께 ‘플랜B’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논의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 ‘항미원조전쟁(6·25전쟁) 기념일’ 앞두고 ‘조중우의탑’ 방문
시 주석은 20일 전용기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하며 1박 2일간의 방북 일정을 시작한다. 과거 류사오치(劉少奇),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방북 당시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영접한 것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직접 시 주석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포인트 방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정이 짧기에 방문 첫날 바로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연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 집단체조인 ‘인민의 나라’를 관람할 가능성도 있다. 방북 기간에 김일성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 들를 수도 있다.
유일하게 사전 공개된 일정은 평양 모란봉 구역에 위치한 조중우의탑 방문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중공군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상징물이다. 과거 한미를 상대로 벌였던 전쟁의 기념물을 찾는 것이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8일 “한반도 비핵화는 전체 한반도의 비핵화이지 한반도 일부분의 비핵화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은 물론이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철수도 포함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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