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 전 국회 정상화 사실상 ‘불발’…장기파행 불가피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3일 19시 45분


추경 시정연설 D-1…여야, 정상화 협상 재개 못해
文의장 측 "충분한 시간 줬다…시정연설 진행"
한국당 제외 '반쪽짜리' 시정연설 불가피
민주, 각종 상임위 가동 전략으로 한국당 압박
한국, '인사청문회·국정조사' 추진으로 맞대응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시한 추가경정예산(추경) 심사를 위한 국무총리 시정연설 전 국회 정상화가 사실상 불발됐다.

여야가 시정연설을 하루 앞둔 23일에도 강 대 강 대치국면을 풀지 못하면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원내 협상도 재개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문 의장은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여야 간 일정 합의가 안 될 경우 직권으로 오는 24일 국무총리의 추경 시정연설을 위한 본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주말인 이날이 76일 만에 가까스로 문을 연 6월 임시국회의 정상화 여부를 판가름할 중대 분수령으로 꼽혔다. 그러나 여야는 주말 동안 물밑 접촉을 통해 국회 정상화 합의를 시도할 것이란 당초 관측과 달리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했다.

민주당은 국회 정상화가 안 돼도 인사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성명서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내놓은 것이 협상 불발에 영향을 줬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오후에 (문 의장이 제안한) 경제원탁회의와 관련한 시기와 방법, 범위, 패널 등에 대해 원내대표 간 논의를 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며 “확정된 것이 아니긴 했지만 오전에 나 원내대표의 성명서 발표 때문에 오늘은 원내대표 간 협상을 위한 만남의 가능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은 여당이 국회 정상화 협상 의지를 표명하거나 회동 의사를 표시한 것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오후 논평에서 “지난 1주일 동안 민주당 원내대표나 수석부대표로부터 국회 정상화 관련해서 전화는 물론 어떠한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며 “오만과 독선에 사로 잡혀 집권여당이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의장은 임기가 종료된 국회 운영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임 건도 24일 본회의에서 함께 처리할 수 있도록 가능한 국회 정상화 합의를 독려하겠지만 끝내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예정대로 시정연설 만이라도 진행할 방침이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최대한 오늘과 내일 오전까지 협상을 독려하겠지만 시정연설은 지난 3당 원내대표 회동 때 공지가 됐기 때문에 벌써 닷새 정도 시간을 준 것이다. 협상할 의지가 있다면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정연설 시간은 아직 지정하지 않았지만 이미 예고된 것이니까 가능하면 내일 진행하려 한다”며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도 두 달이 지났다. 시정연설이 형식적 요건이라고 해도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설명을 듣는 것은 국회의 기본적인 의무”라고 강조했다.

문 의장이 24일 오전까지 여야에 협상을 위한 시간을 주기로 함에 따라 막판 극적 합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당은 나 원내대표를 비롯해 ‘북한 선박 입항 은폐·조작 진상조사단’이 당일 오전 강원 삼척항과 현지 부대를 직접 방문키로 한 상황이어서 시정연설 전 국회 정상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오는 24일 이낙연 총리의 추경 시정연설은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만 참석한 ‘반쪽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이번 시정연설을 위한 본회의에 불참할 예정이다. 반면 민주당은 24일 오후 시정연설을 위한 본회의에 대비해 소속 의원들에게 국회 대기령을 내렸다.

이처럼 여야 간 대치국면이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시정연설 이후에도 당분간 국회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한국당은 일방적으로 시정연설이 강행될 경우 모든 국회 본회의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6월 임시국회가 장기간 헛바퀴만 돌 공산도 크다.

이에 민주당은 각 상임위원회 간사 및 위원들로 구성된 ‘민생입법처리단’을 가동시키고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간에 각종 상임위를 개최하는 등 ‘일하는 국회’로 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 협상에 매달리기 보다는 정책경쟁으로 한국당을 자극해 국회 등원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한국당도 나름의 ‘할 일은 하는 국회’를 표방하며 국회 정상화 없이도 인사청문회와 국정조사는 진행하겠다고 맞서면서 여야 간 대치는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 정권의 폭정과 일방통행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권력기관장인 검찰총장, 국세청장의 경우 인사청문회를 통해 적극 검증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북한 선박 삼척항 입항 사건도 무능 안보와 무장해제, 청와대 중심 조직적 은폐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동시에 운영위원회, 국방위원회서 실체를 규명할 계획”이라며 “‘붉은 수돗물’ 사태의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해 환경노동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를 통해 따져보고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는 역할도 다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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