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교섭단체인 여야 3당이 24일 우여곡절 끝에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지난 4월5일 마지막 본회의 이후 80일만에 정상화됐지만, 주요쟁점에 대한 여야간 이견은 여전히 그대로인만큼 예정된 의사일정 곳곳에서 충돌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2019년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6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이날 가장 큰 쟁점인 추경안과 관련해 ‘임시회에서 처리하되 재해 추경을 우선한다’고 합의했다. 한국당이 내놓은 ‘재해 추경과 비재해 추경 분리’ 요구를 상당부분 반영한 문구로 읽힌다.
민주당도 6월 추경 처리에 일단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성과를 얻었으나 한국당이 ‘비재해 추경 처리 불가’ 입장을 고수하거나 대폭 삭감을 주장할 경우 추경안 심의도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더해 한국당이 ‘재해 추경 항목 중 실질적 피해지원 명목은 전무한데다, 피해지원금 또한 추경이 아닌 정부예산에 이미 편성돼있는 예비비로 집행 가능하다’고 주장해온만큼 재해추경 심의 또한 난항이 계속될 수 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인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을 위한 관련 법안 논의도 난제로 여겨진다.
여야3당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 등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은 각당의 안(案)을 종합해 논의한 후 합의정신에 따라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패스트트랙에 올린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내놓은 합의안에 더해 한국당안까지 테이블에 올라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의 경우 이견이 극명하다. 여야4당 합의안은 국회의원 의석수를 현행 300석을 유지하되 ‘지역구 225석으로 축소-비례대표 75석으로 확대’, ‘50% 연동률 적용’을 골자로 한다.
반대로 한국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선거제 개편안은 의석수를 현행에서 10% 줄어든 270석으로 축소하고 비례대표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게다가 합의를 이뤄낸 여야 4당 내에서도 지역구 의석수 감축에 따른 우려 등으로 현행 300석보다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차츰 커지고 있어 논의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법도 마찬가지다. 여야 4당은 막판 패스트트랙 지정과정에서 여야4당의 합의안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안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 내부 조율 과정에서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안 또한 함께 신속처리안건으로 올렸다.
백혜련 안은 공수처의 인사권한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반면, 권은희 안은 수사처장이 독립된 인사권한을 갖도록 한다. 또 백혜련 안은 기소권을 공수처에 둔 반면 권은희 안은 공수처가 기소 여부 결정에 앞서 기소를 할지 여부에 대해 심의를 하는 ‘기소심의위원회’를 별도로 두기로 하는 차이가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당의 입장이다. 한국당은 공수처가 ‘옥상옥’, ‘대통령 직속 수사기관화’가 될 수 있다며 설치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또 하나의 관건은 선거법을 처리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임기연장 문제다. 현재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임기는 이번 달 말까지인데 임기 연장 합의가 불발될 경우 안건이 행정안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으로 넘어가 혼선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원탁토론회’도 구성 논의 단계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여야 3당은 이날 ‘국회의장 주관으로 국회차원의 경제원탁토론회를 개최하되 형식과 내용은 3당 교섭단체가 추후 협의해 정한다’고 합의했다.
한국당은 협의 과정에서 자신들이 정상화의 전제로 내걸었던 ‘경제청문회’에 준하는 강도 높은 수준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나 원내대표는 ‘정부 경제정책 전반을 책임지는 청와대, 각 부처 책임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토론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은 각 상임위에서 충분히 검증, 논의할 수 있는 문제이고 소모적 ‘정쟁화’를 유발할 수 있다며 경제 청문회·원탁회의 개최 요구에 난색을 표해왔다.
한국당이 정상화 전제조건 중 하나로 내걸었던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또한 암초로 지목된다.
국조 실시와 관련된 내용은 이날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국당을 비롯해 정의당을 제외한 야3당이 모두 요구하고 있는 정국 핵심이슈인만큼 의사일정 진행 중 언제든 재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합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의 ‘추경 분리 심의’ 방침에 대해 “우리로서는 큰 의미를 두지않는다”며 “어쨌든 추경을 처리한다는 전체적 기본틀 안이기 때문에 다른 의미를 두지않는다”고 밝혔다.
경제원탁토론회 구성 논의에 대해선 “내일이나 모레 각 당 원내수석부대표들이 만나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아직 정해진 틀은 없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법에 대해 “저희는 일단 ‘270석’안을 고수한다”면서도 “그러나 앞으로 논의하면서 비례대표제 폐지, 지역구 의석수 축소 등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원탁토론회에 대해서는 “임시국회 안에 할 것”이라며 “추경 (처리) 전에 꼭 하겠단 것은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 추후 논의하겠지만 추경처리 과정과 동시에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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