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英-佛 반대와 주변국 우려에도 통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7일 14시 00분



Q. 남한이 주도하는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주변 강대국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통일 과정에 파생되는 문제들을 감당할 수 있다는 증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들일까요?

-강서연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18학번(서울대 한반도문제연구회)

A. 제가 살고 있는 독일은 통일 30주년을 맞고 있습니다. 독일 통일에 가장 중요한 요소 두 가지는 독일의 강력한 경제력과 뛰어난 외교역량이었습니다. 서독은 통일당시 서유럽에서 가장 경제력이 강한 국가였습니다. 유럽 최대 채권국이기도 했고요. 미국에게 서독은 동구권에 맞서는 서유럽 경제의 안전축으로 작용했고 통일된 독일이 당시 고르바초프가 추진하는 소련 경제개혁의 핵심적 경제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강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콜 수상과 겐셔 외무장관이 주도한 결단력 있는 통일외교는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소련의 용인을 얻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독일 통일의 분수령이 된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독일인들. 동아일보DB.
독일 통일의 분수령이 된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독일인들. 동아일보DB.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통일을 하겠다는 양국 국민의 지지와 결단이었습니다. 독일 통일을 주변 강대국들이 모두 지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분단의 역사적 배경이었던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의 최종적 주권이 미소영프 4대 승전국에 있었음에도 미국의 지지 그리고 소련의 묵인, 영국과 프랑스의 반대와 주변국가의 우려에도 통일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양 독일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결단입니다. 이러한 결단을 막을 수 없다는 (막을 수 없다면 최소한 통일 과정에 자국의 이해를 관철시키겠다는) 주변 국가들의 판단은 통일을 결과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한반도 통일이 주변 강대국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주변국에게 지금과 같은 분단 상황보다는 통일이 그들에게 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공해야 합니다. 통일 과정에 파생되는 문제점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통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효용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리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일과정에 파생되는 문제점을 우리가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통일이 우리 힘을 바탕으로 주체적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통일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국채나 직접 차관으로 원활히 확보할 수 있도록 (기금조성 보다는) 국가 재정건전성을 최상으로 확보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균형 있게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겠지요.

통일의 문제를 감당할 수 있다고 설득하고 증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을 설득하기 이전에 (지금은 예측이 어려운) 통일의 문제가 어떠한 형태이든 우리가 감당하겠다는 결기, 통일에 대한 열정과 뚜렷한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김상국 독일 국립베를린자유대 교수

A. 서독이 통일에 성공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력 △세계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 △세계 최고 수준의 투명한 시민사회라는 자산을 가지고 있었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동독에 서독은 매력적인 국가였습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로서 철저한 사과와 과거청산, 배상 등으로 국제사회의 신임을 받았습니다. 아울러 동서독 통일이 유럽의 안보지형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게 적극적으로 설득했습니다.

우리의 경우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아직 갈 길이 멀고 주변국이 한반도의 거대 민족국가 탄생에 대해 의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들에게 통일을 할 수 있다고 설득하려면 우선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국가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장기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북한주민들에게 매력적인 국가로 거듭나야 합니다. 또한 배타적 민족주의 국가의 탄생이 아닌, 동북아와 세계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통일 한국이 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신뢰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A. 독일 통일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역사적인 교훈은 기본적으로 통일은 대외적으로는 주변국과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우호관계를 도모하는 ‘통일외교’가 기반이 되고, 나아가 이러한 통일외교가 지속되는 와중에 ‘급변’이라는 촉진제(trigger)가 있을 때 현실적인 통일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독일은 1971년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 이후 18년 만에 독일통일을 이룬 반면 남북한은 1972년 남북공동성명을 체결하여 한반도 통합의 기대가능성이 높아졌으나 이를 독일처럼 통일로 승화시키지는 못했습니다.

현재 한반도는 2019년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가변적인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독일은 소련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물결에 적극 편승하여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 통일을 달성했는데, 통일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를 잡는 것은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3대 세습을 하고 있는 북한의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시스템이 구축되어있어 안정적으로 오래 북한정권이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과 북한 자체의 취약성으로 인해 곧 붕괴할 것이라는 시각이 공존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위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서 준비해야 하며, 현재 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황을 바탕으로 만약에 발생할지도 모를 통일의 기회를 준비하는 것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수미 경희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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