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동포간담회…동포단체·참전 유공자·민주화운동 인사 등 370명 참석
文대통령 “힘든 세월 짐작만으로도 아픔 느껴져…한일 우호협력관계 노력”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27일 오사카(大阪) 뉴오타니 호텔에서 재일동포 370여명을 초청해 만찬을 겸한 동포 간담회를 열고 동포들을 격려했다.
오사카 동포간담회는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 주최 이후 8년 만이다. 대통령이 오사카에 하루 이상 머무는 것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이래 21년 만이다.
‘대한민국은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동포간담회에는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과 한국인 연합회 등 동포단체 관계자들을 비롯해 6·25 참전 유공자, 민주화 운동 관련 인사, 민족교육 강사, 복지사업가, 사회운동가는 물론 경제인, 문화예술인, 전문직 종사자 등 일본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동포들이 참석했다.
특히 조선 도공 심당길의 후손인 제15대 심수관 선생을 비롯해 6·25 참전 유공자 장성옥씨 등 참전용사, 민주화 운동으로 옥고를 치렀던 ‘사형수’ 이철 재일한국인양심수동우회 대표와 서승 우석대 석좌교수, 재일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시종씨, 감바 오사카 소속의 황의조 국가대표 축구선수, 재일동포 출신의 백진훈 참의원 의원, 강제징용 피해자 거주지인 ‘우토로 마을’ 주민 대표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심수관 선생은 특별히 제작한 도기(사츠마 난화도 접시)를 이날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또한 주요 친한(親韓) 인사로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에 공이 큰 나카오 히로시 교토 조형예술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고대 한일 양국의 문화교류를 재현한 ‘사천왕사 왓소’ 축제를 주관하는 오사카 문화교류협회의 이노쿠마 가네카즈 이사장, 40년간 요트를 통한 한일 스포츠교류에 힘쓰고 있는 비와호 BSC 센터의 이노우에 요시오 교장 부부 등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사회에서 중요한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한일 우호증진에 힘을 보태고 있는 재일동포들을 격려하고, 조국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찾아뵙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해외 순방 때 많은 동포들을 만났지만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때로는 차별을 견디며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온 지난 세월 힘들고 서러운 일도 많지 않았을까, 짐작만으로도 아픔이 느껴진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과거 독재정권 시절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조작 사건’ 등을 언급하며 “무엇보다 독재권력의 폭력에 깊이 상처 입은 재일동포 조작간첩 피해자분들과 가족들께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해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재일동포 청소년이 민족 정체성을 지키면서 학업을 이어가는 민족학교 및 민족학급의 학생들이 참석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오사카의 백두학원 건국중고등학교 전통예술부 학생들은 사물놀이와 민요 등 전통문화를 가미한 ‘꿈의 춤’ 제목의 공연을 펼쳐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간사이(?西) 지역에 있는 민족학교와 민족학급에 재학중인 학생들은 동포들의 얼굴 그림으로 행사장 배경막의 ‘대한민국’이란 글씨를 장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재일동포들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한일관계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문 대통령에게 한일관계 회복에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의 오사카본부 오용호 단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최근 한일 양국 관계는 역사 인식을 둘러싼 문제들이 부각돼 결코 양호한 관계라고는 할 수 없다”며 “양국 관계 악화가 장기화되면 재일동포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 한일 우호 친선 없이 재일동포 사회 발전도 어렵다”고 말했다.
오 단장은 “내일부터 열리는 G20 오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관계가 크게 개선되고 미래를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양국의 신뢰 관계가 회복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건이 민단 중앙단장도 건배사에서 “지금 한일관계가 너무 어렵다. 대통령께서도 많이 고생하고 있는 것은 잘 알겠지만 한일관계는 우리에게는 사활의 문제”라고 호소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은 긴 역사가 있다. 가까운 나라 때문에 좋은 시절도, 나쁜 시절도 있다. 내일을 향해서 할 수 없이 같이 미래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한일관계 회복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사말에서 “정부도 여러분이 해오신 것처럼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한일 우호협력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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