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원포인트’ 합의 배경은…“거꾸로 가는 의회 더 못 참아”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8일 19시 47분


"특위 위원장 어느 쪽 받든 상관없어"
"일종의 견제장치 마련한 것" 평가
"국회 진행되는 게 너무 가슴 아팠다"
"빚더미 추경 안돼…현금 살포성 뺄 것"
"국방장관 해임·국정조사 야당과 추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8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집권여당과 나누기로 한 것과 관련, “일종의 견제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원포인트’ 본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저쪽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가져가면 우리는 소위원장을 갖게 된다”며 “어느 쪽이어도 상관없다. 민주당이 권고하는 걸로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개소위 위원장을 우리가 하다 보니까 사실 정개특위를 하는 게 (낫다), 어쨌든 사실 ‘합의 처리한다’ 라는 약속을 받아도 법적으로 중요한 그 기간이 지나면 그냥 올려버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교섭단체 원내대표 합의로 인해 심상정 의원이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상실함에 따라 ‘토사구팽’ 신세라는 말도 나온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특위 위원장을 하나 받은 건 오히려 평등을 맞춘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지난해 12월에 뺏어오려고 했는데, 손학규 대표와 이정미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에서는 좀, 정의당은 어차피 민주당이랑 같이 움직이니까 (여당과 제1야당이) 정개특위·사개특위를 하나씩 나눠 갖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개특위, 사개특위 합의처리 시한을 8월31일로 정한 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요구한 것”이라며 “두 달간 논의하고 결정하는 걸 원했는데, 나는 적어도 세 달 정도는 논의해야 했다고 본다”고 했다.

국회 정상화 합의안 번복으로 한때 당 내에서 입지가 위축됐던 나 원내대표는 협상의 전말도 공개했다

나 원내대표는 “사실 요새 일주일 동안 날치기 패스트트랙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우리 국회가 진행되는 게 너무 가슴이 아팠다. 진짜 가슴이 아팠다”며 “월요일(24일)도 합의가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의장이 계속 시정연설을 강행한다고 했기 때문에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 없이 본회의를 연 적이 두 번 밖에 없다. 그걸 한다고 해서 (합의)해줬다”고 토로했다.

이어 “오늘도 꼭 그렇게 하자는 거 아닌가. 이런 식으로 의회가 거꾸로 가는 걸 내가 도저히 못 참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본회의를 합의 없이 여는 거나 소위에서 표결 처리를 강행하는 것을 그대로 하면 가만 안 두겠다고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세게 얘기했다. 본회의를 교섭단체 대표 합의 없이 하는 것도, 표결처리하는 것만큼 똑같이 의회의 전통에 반하는 거라서 그렇게만 하면 내가 가만 안 있겠다고 의장에게도 어제 얘기했다”고 전했다. 문 의장은 전날 밤을 새서라도 원내대표 간 협의 하에 국회 정상화 방안을 도출하라고 독려한 바 있다.

나 원내대표는 원포인트 합의를 수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 현안이 많이 쌓여있기 때문에 원래 상임위는 들어가려고 했다”며 “처음에는 우리 보고 ‘체리피커(cherry picker)’라고 하더니 나중엔 국방위 안 열고 민주당이 체리피커 하고 있더라. 그래서 그냥 다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경했던 이 원내대표를 설득한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그건 영업비밀이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의원총회 분위기에 대해서도 “(의원들이) 다 그냥 만족하셨다”며 “위원장 하나 바뀌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추후 협상에서 패스스트랙 강행 처리 부분에 대한 ‘합의 처리’를 우선순위에 두진 않을 방침이다. “실질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합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문구를 다시 지금 꺼낼 것도 아닌 것 같다”며 “거기에 연연하는 것보다는 좀 다른 걸 들여다보는 게 맞지 않겠냐”고 나 원내대표는 밝혔다.

여당이 국회 통과를 요구하고 있는 추경안에 대해선 “추경을 전혀 안 하겠다는 건 아니다. 아예 안 하겠다는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현금 살포성’은 들어내겠다는 것이다. 빚더미 추경을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추경 합의는 또 단계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원정수 30석 감축 및 비례대표제 폐지를 담은 한국당의 선거법 개정안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나 원내대표는 “의원수를 줄인다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비례대표제가 완전히 폐지되면 석패율제를 도입하겠다”며 “비례대표제 폐지는 의원수를 줄인다는 원칙 하에서 탄력적으로 적용 가능하다”고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아울러 “선거제도도 차차 논의해야 한다”며 “석패율 제도 같은 것도 고민해야 하고 여성공천 30%도 선거법에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사개특위 위원 교체 여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그동안 있었던 사개특위 위원은 원론적으로는 좀 (남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나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등 다른 야당과 공조해 북한 목선 삼척 귀순 사건과 관련, “정경두 국방부장관 해임안과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하나의 유령이 이 국회를 배회하고 있다. 반(反)의회주의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 서문 첫 문장인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라는 구절에서 인용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정부 여당의 독선을 부각하기 위해 공산주의 대신 반의회주의를 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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