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70년대 이뤄진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현직 대통령이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 오사카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27일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군부 독재 시절 많은 재일동포 청년들이 공안 통치를 위해 조작된 간첩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다”며 “독재 권력의 폭력에 깊이 상처 입은 피해자분들과 가족들께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해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들이 모여 만든 ‘재일 한국 양심수 동우회’가 ‘제3회 민주주의자 김근태상’을 수상했다”며 “올해 초 서울고법에서 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에게 34번째 무죄가 선고됐다. 정부는 진실을 규명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사과에 간담회 참석자들 중 일부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은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서승 우석대 석좌교수와 포옹을 하기도 했다. 재일교포 3세인 서 교수는 도쿄 교육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공부하던 중 1971년 ‘재일교포학생 학원 침투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19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간담회에서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동포 1세대의 역사도 거론됐다. 윤기 마음의 가족 이사장은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가 결혼한 것을 이야기하며 “재일동포 1세대들의 역사를 기억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의 어머니 윤학자(일본명 다우치 지즈코) 씨는 전남 목포에서 고아 수용 시설을 운영 중이던 윤치호 씨와 결혼했고, 남편이 숨진 뒤에는 홀로 한국인 고아 3000여 명을 키워내 ‘고아의 어머니’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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