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영변 폐기, 불가역적 단계…제재완화 모색 조건"
文, 9·19 평양회담 이후 '영변 폐기' 의미 일관되게 설명해
통신사 인터뷰서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 평가
트럼프 "중요한 단계일 순 있어도 한 단계일 뿐"…의미 축소
하노이서 '영변+ α' 요구했던 트럼프…입장 안 달라진 듯
문재인 대통령이 AP·로이터·교도통신 등 세계 7개 통신사 합동인터뷰를 통해 밝힌 북한의 영변 핵폐기가 비핵화 과정에서 갖는 의미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간의 온도 차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검증 아래 진행되는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는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단계로 진입하는 입구로 의미를 부여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조짐’, ‘중요한 단계’라고 표현하면서도 비핵화의 많은 단계 중 하나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 이후엔 국제사회가 제재완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를 묻는 질문에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해당 질문은 문 대통령을 향한 질문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향한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에 앞서 “방금 나온 질문에 첨언하겠다”며 영변 폐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한미 양측 기자들로부터 각각 질문 1개씩 받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만남을 위해 이동해야하는 촉박한 상황 속에서, 자신에게 향한 질문이 아닌데도 답변한 것은 ‘영변 핵폐기’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폐기는) 하나의 단계일 뿐이다. 중요한 단계일 수는 있어도 (그것은) 하나의 단계일 뿐”이라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아주 좋은 조짐이라고 생각한다.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같은 질문에 “영변의 핵단지가 진정성 있게 완전하게 폐기가 된다면 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입구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며 “그런 조치들이 진정성 있게 실행된다면 그때 국제사회는 제재완화를 논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그런 상황을 말씀 드린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공개한 세계 통신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재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인터뷰에서 “영변은 북한 핵시설의 근간이다.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의 핵시설 전부가 검증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단계는 어느 정도이고, 그 조치가 취해졌을 때 이뤄질 수 있는 제재 해제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답변은 지난해 10월 유럽 순방 이후 한 차례도 변한 적 없는 일관된 인식을 그대로 재확인 한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같은 논리로 영국·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 P5 국가 정상들에 대한 설득을 시도했었다.
또 2·28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무산된 직후 영변 핵폐기의 의미를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4일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모두 발언에서 “북한 핵 시설 근간인 영변 핵시설이 미국의 참관과 검증 하에 영구히 폐기되는 것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며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 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진행 과정에 있어서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변 핵시설 폐기가 실질적인 비핵화 단계로 접어드는 입구로서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상응조치가 있을 경우 영변 핵시설 폐기 의향이 있다는 9·19 평양선언 5조2항에 대한 이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줄곧 강조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폐기는 이미 약속한 것이고 그외에 추가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영변 플러스 알파(+ α)’ 조건을 내걸며 결국 합의가 무산됐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한 단계일 수는 있지만 하나의 단계일 뿐”이라고 언급한 것도 영변 핵폐기에 대한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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