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판문점에서는 사상 초유의 남북미 정상회동도 성사됐다. 정전협정 66주년을 맞은 올해 판문점에서 한반도 분단 3개 당사국 정상이 만나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 비록 판문점 도로 위에서 몇 분간 선 채 대화하는 ‘노상 회동’에 그쳤지만 그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오후 3시 45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한 뒤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고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맞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오후 3시 51분경 북-미 정상 간의 만남을 지켜보던 문 대통령이 자유의 집에서 나와 두 정상을 맞으면서 자연스레 남북미 3자 회동이 이뤄졌다. 군사분계선과 자유의 집 사이 도로 위에서 이뤄진 깜짝 만남이었다. 3분여의 짧은 회동이었지만 66년 전 정전협정이 체결된 장소에서 남북미 정상이 함께한 것. 문 대통령은 웃으며 김 위원장과 악수를 했고, 세 정상은 활짝 웃으며 잠시 둥그렇게 모여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포토라인도 따로 세워지지 않는 등 현장 상황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남북미 정상을 둘러싸고 각국 경호원들이 빙 둘러서 기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장신의 경호원들 너머로 정상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 옆에 서며 세 정상의 모습이 잘 전달되도록 노련하게 자신의 위치를 바꾸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가 처음 당선됐을 때 한반도에 아주 큰 분쟁이 있었다”며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김 위원장, 문 대통령과 함께 노력한 결과 이제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순간을 마련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남북미 정상은 북-미 정상회담장인 자유의 집 안으로 이동해 만남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철저히 ‘조연’ 역할을 하며 북-미 정상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 9개월 만에 김 위원장을 만났지만 남북 정상회담은 이날 열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행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상봉, 대화, 그것이 앞으로 계속된 북-미 대화로 이어져 나가는 그 과정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며 “오늘은 북-미 간의 대화에 집중하도록 하고 남북 간의 대화는 다음에 다시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4월 12일 시정연설에서 “(남측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북-미 회담을 마치고 오후 4시 51분경 남북미 정상은 함께 자유의 집을 나왔다. 들어갈 때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던 김 위원장은 활짝 웃는 얼굴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을 중간에 두고 문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고, 문 대통령과는 가벼운 포옹을 한 뒤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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