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미 협상라인 외무성으로 무게 이동…협상 영향은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1일 12시 39분


北 리용호 美 폼페이오 회담 배석
대미 협상 김영철→리용호 교체
美 요구 반영한 카운터파트 교체
리 외무상 군축 전문성 높이 평가
정상 간 의지 확인, 동력 유지될 듯
北 최선희 美 비건 '협상' 진행 전망

북한이 외무성 라인을 대미 협상 전면에 내세웠다.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전 통일전선부장이 총괄해온 북미 비핵화 협상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진행된 북미 판문점 정상회담에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배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담 모두발언까지 공개된 후 비공개 회담이 진행되면서 북미 외교 수장이 자리에 배석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총괄 역할을 맡겨왔다.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올해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미국을 방문한 것은 김 부위원장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로 미국의 제재 완화 조치를 얻어내지 못했고, 이후 대미 협상 라인과 대남 라인을 정비했다. 그 결과는 지난달 30일 북미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확인됐다.

북한의 이러한 조치는 미국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장외 여론전을 통해 미국의 셈법 변경을 요구하며 그 일환으로 폼페이오 장관을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미국은 대북 협상라인을 그대로 유지했고 북한이 협상라인을 교체했다.

리 외무상은 1995년 9월 경수로 협상에 북측 대표로 참석했으며, 2000년 10월에는 북미 고위급회담에 북한대표단 단원으로 참석한 경험이 있다. 또 2011년 이후 남북 비핵화 회담과 북미고위급 회담 등에 참석했다. 그는 북한 외무성 내에서는 미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군축 전문가로 평가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외교가에서도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측에서는 지난해부터 리 외무상을 중심으로 한 외교라인이 비핵화 협상 전면에 나서길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의 경우 군부 출신으로 대남 업무를 담당해온 탓에 미국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미국 측에서 비핵화 협상 카운터파트로 대하는 데 불편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외무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현재의 교착 국면을 타개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향후 협상에서 북한은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전략을, 미국은 ‘동시적 병행적’ 비핵화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 틀에서 유연한 접근이 이루어질 여지가 생겼다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만나겠다고 한 것을 ‘대용단’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밝힌 것의 연장선에서 트럼프의 의지를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실무협상에서 접점을 찾는데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최고지도자의 의지로 동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더 커진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판문점 정상회담을 마친 후 조속한 시일 내에 북한과 실무협상을 재개할 것이며, 여기에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참여하게 될 거라고 밝혔다. 비건 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그는 지난달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밝히자 북한은 최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흥미로운 제안”이라며 “성사된다면 두 수뇌분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친분관계를 더욱 깊이하고 양국 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 담화를 통해서도 최 제1부상이 대미 협상에 일정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전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다음날 관영매체 보도에서 “조미 최고수뇌분들께서는 앞으로도 긴밀히 연계해나가며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나가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재개하고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합의하시었다”며 북미 간 대화가 조만간 재개될 것을 기정사실로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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