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열리는 靑 충무실서 간담회 10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경제인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국내 대기업 30개사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와 정부 관계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해 “민관 비상 대응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주요 대기업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장기화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하며 어느 때보다 높아진 위기감을 내비친 것이다. 간담회에 나선 기업인들도 “단기적으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 경제 보복 장기화에 경제 투톱-CEO 핫라인 구축
국무회의가 열리는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시작부터 엄중한 분위기였다. 문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세 번째. 하지만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청와대 경내 산책을 하거나 맥주잔을 함께 기울이던 앞선 간담회와는 확연히 성격이 달랐다. 이날 간담회는 당초 오전 10시 반부터 1시간 반 동안 예정됐지만 점심시간도 거른 채 예정 시간보다 30분을 넘긴 낮 12시 반경 끝났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 제한 조치의 철회와 대응책 마련에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경제 투톱과 주요 대기업 CEO 간 상시 소통 체계 구축과 수입처 다변화 및 국내 생산 확대 정부 지원, 장기 대책으로는 부품·소재·장비 산업 육성 지원을 약속했다. 이어 “세제와 금융 등 가용 자원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들도 “중장기적으로 (일본의) 이번 조치가 양국 간 경제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민간 차원에서도 총력을 다해 (일본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기업인들은 부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부품 국산화에 대한 정부 의지에 공감을 나타내며 장기적 안목과 긴 호흡의 정부 지원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특히 참석자들은 일본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화학 분야에 강점이 있는 러시아, 독일과의 협력 확대를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 재계 “소재 국산화에 10년 이상 걸릴 수도”
일부 기업인은 정부에 사태 장기화를 막을 수 있는 외교적 해법도 당부했다. 한 참석 기업 관계자는 “당장 공장이 멈출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건 정부의 외교적 해결 노력인데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했다.
수입처 다변화 등 정부 대책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대기업 CEO는 “지금 국산화 개발을 시작한다고 해도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일본에 체류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대신해 간담회에 참석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제품 연구개발(R&D)을 진행하다 보면 반년을 미친 듯 매달려도 성공할까 말까”라며 “현행 1개월인 주 52시간제 특례를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소재·부품 산업 육성 부진이 대기업 책임이라는 정부 일각의 지적과 다른 의견도 나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대기업이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해줘야 한다’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언급에 “글로벌 기업들도 국내 대기업에 주문할 때 경쟁력 있는 소재 부품 채택을 요구한다.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 확보가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심탄회한 토론을 위한 간담회라는 취지와 다른 진행 방식을 놓고도 말이 나왔다. 청와대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의 발언을 3분 이내로 제한했다. 김상조 실장은 기업인 발언이 2분을 넘기면 ‘1분’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들며 발언을 마무리하라고 요청했다. 재계 관계자는 “끝장토론을 해도 부족할 판인데 눈치 보여서 제대로 말을 못 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