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유승준 비자 판결… 17년만에 입국 길 열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2일 03시 00분


大法 “비자발급 불허는 위법”
“실정법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병역회피’ 비자불허 파기환송
유씨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 외교부 “비자발급, 법무부 소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의무를 면탈했다는 이유로 국내 입국이 제한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 씨에게 재외동포 비자 발급을 불허한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파기환송심 등을 거쳐 약 1년 뒤 판결이 확정되면 유 씨의 비자 발급 여부를 주로스앤젤레스 한국총영사관이 다시 심사해야 한다. 이에 따라 2002년 1월 이후 17년 6개월 동안 중단된 유 씨의 국내 활동 재개 가능성이 열렸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 씨가 “비자 발급 불허 조치를 취소해 달라”며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유 씨가 2002년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할 때까지 연예 활동을 하면서 많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공개적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비자 발급 불허 결정이 적법한지는 실정법과 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2015년 9월 총영사관이 법무부의 입국금지 조치만을 근거로 유 씨의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고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유 씨는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법무부의 지시를 그대로 따를 게 아니라 총영사관이 헌법과 법률, 법령 등과 같은 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유 씨의 비자 발급 여부를 재량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저질러 강제 퇴거된 경우 5년간 입국을 금지한 ‘출입국관리법’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도 5년이 지나면 한국에 입국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데, 유 씨가 17년 넘게 입국하지 못하고, 3년 10개월간 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것을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재외동포법을 언급했다. 재외동포법은 국적을 상실한 재외동포도 병역의무가 해제되는 38세 이상이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없으면 체류 자격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유 씨가 2015년 8월 재외동포(F-4) 비자 발급 신청을 했을 당시에는 만 38세 8개월이었다. 당시 유 씨가 신청한 비자는 한국에 최대 3년간 거주할 수 있고, 취업 활동까지 허용된다. 유 씨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앞으로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대중의 비난 의미를 항상 되새기면서 평생 반성하는 자세로 살아가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로 유 씨가 곧바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총영사관이 재심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재외동포법은 병역의무를 면탈하기 위해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재외동포에게는 만 41세까지 비자 발급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비자 발급은 법무부 소관 사항”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병무청은 “앞으로도 국적 변경을 통한 병역 회피 사례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계속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호재 hoho@donga.com·김정훈·김동혁 기자
#가수 유승준#병역회피#비자 불허#총영사관 재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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