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KBS 사장, ‘문자’로 불출석 통보…한국당 집단 퇴장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15일 18시 51분


양 사장, 14일 국회 과방위에 문자로 불출석 통보
한국당 "국회 귄위 훼손" 강력 반발…오후 집단 퇴장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는 양승동 KBS 사장이 불출석한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무시”라고 강력 반발하며 집단 퇴장해 반쪽 회의에 그쳤다.

과방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각각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양 사장은 여야 3당 간사 합의로 결정된 KBS 현안보고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는 대신 지난 14일 문자메시지로 과방위에 불출석을 통보했다.

한국당 과방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과방위는 여야 합의로 양 사장을 출석시켜 ‘시사기획 창’과 기자 보복성 징계 등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었는데 양 사장은 전날 문자로 불출석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며 “이는 국회 권위를 훼손한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김 의원은 “양 사장이 끝내 출석하지 않는다면 한국당은 청문회를 추진해 윤도한 수석을 비롯한 외압 관련자와 태양광 비리 연루자를 모두 증인으로 소환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당의 다른 의원들도 양 사장의 국회 출석을 위한 강력한 조치를 촉구했으나 끝내 출석하지 않자 반발했다.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하루 전에 문자로 통보하고 위원장이 받아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국회 품위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오늘 이대로 통과되면 앞으로 우리는 전혀 상임위를 운영할 수 없다. 양승동 사장을 출석시킨 하에 업무보고를 받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은 “KBS가 낸 석 장의 입장문을 보면 철저하게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것은 국회를 무시하고 여야 합의를 부정하고, 위원장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 윗선의 지시나 청와대 압력이 KBS 고위 간부를 통해서 외압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며 “KBS 사장과 주요 간부들의 통화 내역을 국회에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박성중 의원은 “국민들의 피 같은 돈으로 운영되는 공영기관인데 당연히 문제가 있으면 (KBS 사장이) 나와서 밝혀야 한다”며 “그것까지 밝히지 못하면 과방위는 없애고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속시원하게 얘기 못하면 과방위가 왜 필요한가”라며 “KBS 사장은 국감에만 나오면 된다는 식으로 여당 의원들이 말씀하시는데 KBS가 구린 게 없다면 나와서 당당하게 팩트대로 이야기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쏘아 붙였다.

윤상직 의원은 양승동 사장의 ‘문자 통보’를 놓고 “국회를 무시하는데 위원장과 다른 위원들은 기분 안 상하냐”며 분개했고, 같은 당 송희경 의원도 “국민을 대변해 (양승동 사장한테) 질의할 것이 있으니 날짜를 다시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과방위 간사인 김성수 의원은 “공영방송 사장이 국회에 출석하는 문제는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며 “방송의 중립성 등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KBS 사장의 국회 출석은 거의 전례가 없다”고 두둔했다.

김 의원은 “단순히 개별 보도에 관한 사안이었으면 KBS 사장 출석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외압 의혹이 있었기 때문에 KBS 측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직접 출석해서 깔끔하게 해명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출석에 동의했던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안이 정치적 외압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양승동 사장은 (한국당으로부터) 고발당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고 중요한 공영방송 사장이 이 곳에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도 중요하지만 국회법에 소추 목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건 대원칙이지 않냐”며 “양승동 사장이 나오면 신문(訊問)과 같은 형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양 사장이 국정감사 때 나온다고 하니 수사 결과를 보고 국정감사 때 문제 삼아도 늦지 않다”고 거들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은 “KBS 사장이 국감만 나오고 나머지는 안 나온다고 하는 것은 법규에도 없고 관행에도 없다. 설사 그런 관행이 있었다고 하면 안 맞는 것”이라면서도 “KBS 문제는 오늘 안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니 회의는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의 과방위 간사인 신용현 의원도 국회 동의나 양해를 구하지 않고 출석을 안 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3당 간사가 합의했고 일주일 전에 결정된 건데 문자로 불출석을 통보한 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를 무시한 것”이라면서도 “방통위 업무보고는 진행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민주당 소속 노웅래 국회 과방위원장에게 방통위 업무보고 중단 및 정회를 요구했지만 묵살됐다.

노웅래 위원장은 “KBS에서 재방송 불방건과 관련해 지금 수사기관에 고발된 상태이고, 방송법상으로 사장은 프로그램의 제작과 취재에 관여하거나 개입할 수 없어 할 말이 없어 출석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하면서 KBS 사장 출석 문제는 여야 3당 간사간 협의로 다시 결론 내라고 독려했다.

방통위 업무보고를 놓고 박성중 한국당 의원과 이상민 민주당 의원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박 의원이 “KBS는 공정한 방송을 추진하는게 아니라 민주당과 청와대를 위한 방송 같다”고 발언하자, 이 의원이 박 의원의 말을 끊고 항의했다. 이에 박 의원이 이 의원의 이름을 반말로 부르며 “당신이 판단할 게 아니다. 조용히 해”라고 언성을 더 높이자 이 의원은 “어디다 대고 반말이냐”고 한동안 설전을 벌이면서 얼굴을 붉혔다.

결국 여당과 일부 야당의 반대로 정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국당 의원들은 방통위 업무보고를 거부하고 오후에 회의 도중 집단 퇴장했다.

김성태 의원은 “오늘 한국당 과방위원들이 상임위 운영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저한테도 직접 하셨고 방통위 업무보고를 도저히 받을 수 없어 모두 퇴장했다”며 “KBS 사장 없는 방통위 업무보고는 안 받는 게 낫겟다고 결의해서 저도 오늘 물러나겠다”며 마지막으로 자리를 떴다.

과방위 회의는 오후에 속개한 지 1시간40여분만에 한국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채 반쪽으로 치러졌고, 여당과 일부 야당 의원들에 의해 진행된 방통위 업무 관련 현안 질의는 1시간여 만에 끝났다.

김성태 의원은 “간사회의 때 (KBS 사장에 대한) 청문회를 요청했지만 청문회가 어렵다면 하루 정도는 KBS 사장을 상대로 현안보고를 다시 요청했다”며 “여기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해서 내일 아침까지 결정해서 알려주시겠다고 했기 때문에 기다리겠다”고 했다.

앞서 과방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상임위 전체회의가 열리기 전 기자회견을 갖고 양 사장의 무단 불출석을 비판했다.

이들은 “KBS는 지금 ‘시사기획 창’ 재방송 불방과 관련해 청와대 윤도한 수석의 외압의혹에 연루돼 있어 국회 상임위를 통해 방송법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었다”며 “또한 기자 보복성 징계나 적자 경영 등 KBS 중요 현안도 국민 관심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문자로 불출석을 통보하는 것은 이해가 어려운 처사”라고 했다.

또한 “불출석은 위원장과 여야 간사의 서면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절차까지 어겨가며 하루전날 갑작스럽게 결정을 번복했는지 의문스럽다”며 “과연 양승동 사장의 개인적인 결정으로 볼 수 있겠는가. 여야간 합의조차 뒤집을 수 있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가”라고 청와대의 개입을 의심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19-07-15 20:31:58

    국회의 권위가 바닥이다. 문희상은 책임지고 물러나길 바란다.

  • 2019-07-16 03:30:32

    이 정권의 비호를 받는 kbs 사장의 오만이 극에 달하며. 시청료 내는 국민을 바보 취급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