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어려운 北목선, 올해만 16척 발견…신뢰잃은 ‘軍 경계’

  • 뉴스1
  • 입력 2019년 7월 16일 15시 33분


고속정에서 촬영된 목선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2019.7.15/뉴스1
고속정에서 촬영된 목선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2019.7.15/뉴스1
지난달 북한 선원 4명이 탄 소형 목선이 북방한계선(NLL)을 지나 강원 삼척항에 도달해 경계 실패 논란이 발생한 가운데 올해에만 NLL 이남서 북한 목선이 총 16척 발견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군 당국은 부실 경계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군 당국은 기술적 한계로 소형 목선을 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렵고 대공용의점도 없어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경계에 대한 주의를 느슨하게 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동해·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 목선은 모두 16척이다.

합참 관계자는 “과거에도 무인 목선이 많이 (남쪽으로) 내려왔는데 바다에서 무인 목선을 그냥 두면 침수 상태에서 끌고 오기가 힘들고 야간 같은 경우에는 상선이 지나가는데 부딪혀서 사고가 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현장에서 상황 파악을 해서 대공 용의점이 없고 활용가치가 없으면 파기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해 NLL 부근에서 조업하는 북한 어선은 과거보다 급증해 지난 5월31일부터 최근까지 두 달여 동안 총 380여척의 북한 어선이 NLL을 넘어 남하해 군 당국이 퇴거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동해의 수온이 예년보다 낮아 오징어 어장이 남쪽으로 형성되면서 NLL 부근 수역에서 조업하려는 북한 어선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동해 NLL 일대로 오징어 어장이 형성되는 한 (북한 어선의 월선행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 목선을 레이더로 일일이 포착하기가 어려워 목선의 남하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자칫 북한 목선 남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뉘앙스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관계자는 “해상에서는 얼마든지 이런 상황들이 일어날 수 있다. NLL 길이가 404㎞ 정도 되는데 이곳에 많은 함정들을 배치해두면 (소형 목선의) 발견 기회가 많아지지만 3~4척 정도의 중대함 경비만으로는 목선을 레이더로 포착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목선이 발견될 때마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해상초계기에서 촬영된 목선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2019.7.15/뉴스1
해상초계기에서 촬영된 목선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2019.7.15/뉴스1
지난달 15일 북한 선원 4명을 태운 목선이 강원도 삼척항 인근에서 어민에 의해 발견된 사건 때와 같이 군 당국은 이번에도 해상레이더 등 장비상의 한계로 정확한 식별이 어렵고 목선을 이용해 간첩 침투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사태가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는 모양새지만 대다수 국민의 눈높이와는 어긋난 시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과 무관한 일반적인 국민들의 경우 ‘북 목선 사태’ ‘해군 2함대 거수자 침입사건’ 등으로 군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졌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야당에선 이런 여론을 몰아 국회에 정경두 국방장관 해임건의안까지 제출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군 당국이 목선 포착의 어려움을 강조할 때 설명하는 기술적 한계는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군의 미흡한 경계태세를 합리화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수면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채로 고속 침투하는 북한 반잠수정의 경우 소형 목선만큼 포착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군에서 얘기하는 해상경계의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한다. 소형 목선을 포착하기 위해 대규모 군사력을 증강시킨다고 하면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간다”며 “중요한 것은 효율적으로 적의 군함을 잡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실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반잠수정의 크기가 어지간한 목선하고 비슷하다고 볼 때 이에 대한 경계 대책 수립이 절실해 보인다”며 “레이더 경계의 기술적 한계가 군의 미흡한 경계태세를 덮어주거나 합리화 할 순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비역 장성 일각에선 완충지대에서의 포사격 금지, 공중정찰 행위 금지 등 내용을 남북 9·19군사합의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한 군사 전문가는 “정부 차원에서 현재 군 정책 관련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군은 지난달 강원도 삼척항 입항 사건을 계기로 군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 군함을 추가 배치하는 등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군은 해상경계 작전을 강화하기 위해 실시간 영상 촬영과 전송이 가능한 헬기 형태의 캠콥터 S-100을 우선 투입하고, 육군 군단급에 배치된 ‘송골매’ 등 다른 UAV(무인항공기)의 활용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열상감시장비(TOD)-3형 등을 해안경계용으로 전환하는 등 육군의 해안경계 시스템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이에 대해선 감시전력 증강보다 민관군 방어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군의 경계수칙 자체를 고치는 등 근본적인 해법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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