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민소환제 도입 진정성 담으려면 개헌 논의 필수”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17일 1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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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서 개헌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여야 결심 필요"
"여야, 신뢰받는 국정 운영 위해선 양보·협조하고 경쟁해야"
"한반도 둘러싼 국제 정세 요동치지만 긍지 갖고 나아가야"

문희상 국회의장은 제71주년 제헌절인 17일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거론되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위해서는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이날 경축사를 통해 “국민소환제 도입은 개헌 사안”이라며 “정치권이 국민소환제 도입 주장에 진정성을 담으려면 개헌 논의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개헌을 논의하지 않고 국민소환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공허한 주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의장은 “국회 신뢰도는 최악이며 국민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라고 한다. 급기야 국회 스스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고도 했다.

문 의장은 “위대한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다음 세대를 위한 헌신이었다. 일신의 영달을 멀리하고 다음 세대에 더 좋은 세상을 남겨주고자 고통을 감수했고 신념을 고수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는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라고 말하기 어렵다. 정쟁과 이분법의 늪에 빠져 공존이 아닌 공멸의 정치로 달려가는 것 같다. 국회는 멈춰서기를 반복하고, 개헌과 개혁입법은 진척이 없다”고 지적했다.

문 의장은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로의 변경을 고민했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대연정을 제안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언급하며 개헌을 시대적 과제로 꼽았다. 이어 여야 지도부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제20대 국회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았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는 촛불민심에 아직도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전부 아니면 전무인 승자독식의 권력구조를 바꾸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현실에서 제20대 국회의 개헌 골든타임은 지났다고 생각한다”며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특단의 결심을 하지 않는다면 동력을 다시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늘 제헌 71주년을 새로운 헌법 체제에서 기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문 의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중대 결단을 기대해보려 한다. 개헌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시대적 과제라는 것을 정치인 모두가 각인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보탰다.

문 의장은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의 이동녕 초대 의장과 백범 김구 선생, 김영삼 전 대통령을 가리키며 “위대한 지도자들은 국민통합을 향해 의회주의의 길을 선택했다”며 “포용의 정치로 의회주의를 바꾸자”고 제언하기도 했다.

문 의장은 “여야는 국정의 파트너인 동시에 경쟁자, 여당은 현재에 살고 야당은 미래에 산다고 했다”며 “신뢰받는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은 양보하면서 경쟁해야 한다. 신뢰받는 대안정당이 되기 위해 야당은 협조하고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국회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최후의 보루”라며 “국회가 살아 있을 때 민주주의도 살고 정치도 살았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감싸 안는 역지사지의 자세, ‘포용의 정치’로 의회주의를 바로 세우자”고 전했다.

문 의장은 “제헌 71주년인 2019년은 3·1 독립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대한민국은 역사적인 대전환점에 서 있다”며 “그러나 새로운 100년의 희망만을 가리키기에는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국회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대립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불균형과 양극화의 심화는 민생 저변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요동치지만, 국론을 모으기에 힘이 부친 현실이다. 강대국들의 국제관계 속에서 평화와 경제를 지켜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라며 “긍지와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나아가야 하겠다. 대한민국이 다시는 길을 잃지 않도록 모두가 마음과 힘을 모아야겠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아울러 “제헌 71주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민주주의와 평화, 자유와 평등, 인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71년”이라며 “다시 한 번,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를 되새겨 본다.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들어진 역사적 작품,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은 우리의 삶 속에 늘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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