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산점 민주당보다 몇 배 더 줘 정치 신인 대거 영입
● 대통령 보필 잘못한 친박, 당 깬 비박 모두 책임
● 20대 ‘막장 공천’은 한국당 위기의 시작점
● 막말했다간 ‘한 방’에 떨어질 수도
● 후보 공천 시 회의록 기록 의무화
● 당 혁신특위가 ‘얼굴마담’ 전락하는 것부터 혁신해야
내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공천 룰’을 확정하면서 총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21대 총선은 문재인 정부에는 중간평가이자 집권 하반기를 보는 바로미터다. 탄핵으로 멍든 한국당으로서는 소멸과 부활의 갈림길이기도 하다. 여당은 최근 정치 신인에게 최고 20%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공천 기준을 발표했고, ‘거물급’ 청와대·부처 인사들의 전장 복귀를 준비하며 신구(新舊)의 조화를 자랑한다. 집권당 프리미엄과 북한 카드도 있다.
반면 오랜 계파 갈등과 탄핵이 발목을 잡은 한국당은 인적 쇄신으로 유능한 정치 신인을 대거 영입하는 정공법 외에는 마땅한 수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3월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혁신특위)를 구성해 공천 시스템 작업에 집중한다. 지난 총선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7월 12일 오전 신상진 혁신특위 위원장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 혁신특위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혁신특위는 ‘공천 룰’을 만들고, ‘정당 개혁’과 ‘정치 혁신’ 3가지 주제로 활동하고 있다. 우선 공천 룰을 만드는 작업은 정당 혁신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막장 공천으로 탄핵까지 간 정당”
- 공천 룰 제정이나 당 개혁에 앞서 현재 한국당에 대한 진단이 더 중요할 거 같다.
“우리 당은 20대 총선거를 앞두고 ‘막장 공천’으로 대통령 탄핵까지 간 정당이다. 오늘날 당이 혼란과 위기를 겪는 모든 원인도 공천에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민주적 정당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류의 시작점인 20대 공천을 반면교사 삼아 공천 혁신을 이뤄내는 게 당이 직면한 문제다.”
- 왜 20대 공천을 ‘막장 공천’이라고 생각하나.
“단순한 예로, 한국당에서 ‘천당 아래 분당’이라던 분당 갑·을 지역구가 모두 날아갔다. 이곳에서 3선(選)을 한 후보는 경선조차 못했고, 또 다른 후보는 당내 경선 준비에 비용을 다 투입했는데 막상 경선 없이 본선에 출전해 선거비용 부족을 호소하다 떨어졌다. 당시 ‘진박감별사’로 불리던 사람도 있었고, ‘옥새 파동’도 있었다. 후보들이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는데 ‘깜깜이’ 공천을 하니 누가 표를 주겠나. 당초 180석 넘게 차지할 걸로 예상했는데 122석에 그쳤다. 공천을 놓고 싸우니 지지층도 눈살 찌푸린다. 그런데도 반성 안 하고 있다가 탄핵사태가 발생한 거다.”
- 그래서 ‘탄핵에 책임 있는 현역 의원을 물갈이하겠다’고 했나.
“친박 의원들을 겨냥한 발언은 아니다. 방송에서 질문자가 ‘물갈이 폭’에 대해 묻기에 ‘예년에도 현역 의원을 30~40% 물갈이했는데, 내년에는 그만둘 사람 많지 않겠나’고 한 말이었다. 사실 막장 공천과 탄핵사태에 대해 우리 당 모두가 책임이 있다. 대통령을 측근에서 잘못 모신 친박 핵심 인사들이나 당을 깬 비박 책임자들도 모두 책임이 있다. 중요한 것은 친박이냐 비박 복당파냐, 탄핵 찬성이냐 반대냐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다.”
- 신 위원장은 과거 탄핵에 찬성했는데.
“탄핵에 찬성한 의원 중에는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자는 세력이 있었고, 나같이 대통령이 적법 절차를 밟지 못하니 자리에서 끌려 내려오기 전에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아보자고 생각한 사람도 있다. 헌재에서 기각되면 정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뜻대로 안 됐지만, 당시 합리적 토론과 설득 대신 감정 대립과 갈등이 난무했다.”
현역 의원 평가 후 인적 쇄신
- 6월 중 ‘공천 룰’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는제 지연되는 거 같다.
“민주당은 총선 1년 전까지 공천 룰을 확정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우린 그런 규정이 없다. 그보다 우리는 혁신안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렸다. 사실 혁신과 통합이라는 것은 정치판에서 충돌 지점이 있다. 혁신은 결국 인적 쇄신이 아닌가. 그러면 쇄신 대상자들은 반발할 거고, 또 당은 통합해나가야 하고. 그런 점을 조율하다 보니 늦어지는 측면이 있다.”
- 현역 의원 ‘물갈이’는 어떻게 진행되나.
“탄핵사태에 책임 있는 의원들을 평가한 뒤 ‘물갈이’가 이뤄져야 하지만, 특정인에게 ‘책임져라’든지, ‘그 사람은 안 된다’는 식이라면 분란만 생긴다. 중요한 것은 ‘현역 의원들이 과연 활동을 잘했느냐’인 만큼 이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현역 의원 평가에선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출석일수 등 의정활동 전반을 공정하게 평가할 거다.”
- 현재로선 ‘물갈이’ 폭이 훨씬 커야 할 거 같은데.
“그렇다. 50% 이상이라고 봐야 한다. 사실 혁신 ‘룰’을 어제 황 대표에게 보고해 아직 공표할 타이밍이 아니어서 말하기 조심스럽다. 7월 중 마무리될 거 같다.”
- 50% 이상 물갈이를 하려면 정치 신인 가산점도 50% 이상 주는 등 문호를 대폭 개방해야 할 거 같은데.
“내 생각을 알고 있는 거 같다(웃음). 기본적으로는 정치 신인을 대폭 영입해 총선에 내보내야 한다. 신인 가산점은 민주당(최고 20%)보다 몇 배 높다(50% 검토 중). 청년, 여성, 장애인, 국가유공자에게 주는 가산점도 ‘대폭’ 상향(30~40% 검토 중)하기로 했다. 이런 ‘룰’ 속에서 자연스레 ‘물갈이’가 이뤄져야 한다. ‘스타’가 아니어도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극복한 평범한 청년도 우대해야 한다. 다만 청년 가산점이 높은 만큼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 폭력, 병역 기피, 세금 탈루 같은 죄를 저질렀다면 공천에서 원천 배제한다.”
- 공천 부적격자에 대한 경선 감산(減算) 비율은 어떤가.
“부적격 기준도 대폭 강화했다. 막말이나 부적절한 언행, 이런 부분은 그 정도에 따라 감점하거나 완전 배제할 수도 있다. 폭넓게 반영한다.”
- ‘막말 삼진아웃’도 포함되나.
“그 속에 다 들어간다. 크게 잘못했다면 ‘한 방’에 떨어져 나갈 수 있고, 비교적 가벼운 말실수는 누적 평가를 한다. 사실 ‘막말의 기준’을 정하긴 어렵다.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꾸려지면 실제 사례 하나하나를 평가한다.”
‘당 대표 공천 불개입 선언’ 조언
- ‘말 많은’ 비례대표 공천은 어떤가.
“과거에는 공천권을 쥔 사람이 비례대표 공천을 주무른 게 사실이다. 마음대로 ‘짬짬이’였다. 그러니 뭔가 부정이 개입한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인맥과 학연, 지연이 영향을 미쳤다. 이번에는 각 분야별 비례대표를 ‘아래’에서부터 추천받고, ‘숨은 인재 찾기’와 ‘공개 오디션’으로 투명하게 선발한다. 후보 공천 시 공관위가 의무적으로 회의록을 작성해 기록에 남길 계획이다. 이는 투명성을 보장할 혁신적인 장치다.”
- 음주운전은 ‘원 아웃’인가.
“‘2018년 12월 윤창호법’(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죄) 시행 이후 음주운전자는 원천 배제, 10년 내 2번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면 공천에서 배제한다. 전체적으로 공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김영란법 공천’을 적용할 생각이다. 공천에 영향력 있는 사람에게 부정청탁이나 이익을 주다가 적발되면 공천에서 원천 배제한다.”
- 아무리 좋은 안을 내도 당 대표 등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중요한데.
“그렇다. 당내 혁신 기구는 한계가 있다. 혁신안을 내도 당 지도부에서 논의가 안 되고 문서로만 남은 안이 많다. 혁신위가 얼굴마담으로 전락하는 것부터 혁신해야 한다. 근본적인 혁신이 되려면 당 대표가 혁신적이어야 하고, 혁신 마인드로 혁신특위를 끌고 가야 한다.”
- 그동안 한국당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부터 20여 년 지속된 폐쇄적 인재 영입, 사천(私薦)으로 인한 줄 세우기로 당의 역동성을 떨어뜨린 건 사실이다.
“공감한다. 나도 수도권(성남 중원)에서 4선을 했지만 당직을 받지 못했다. 당 대표와 인연이 있거나 선거를 도와야 ‘한자리’ 하니까. 그래서 나는 당 시스템과 ‘룰’을 잘 갖춰야 한다고 본다. 당 권력자와 ‘연줄’이 없어도 훌륭한 정치 신인들이 대거 들어와 마음껏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위원장을 맡고 나서 황 대표에게 ‘당 대표로서 공천 불개입을 선언하라’고 조언했다.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자기 사람 심기’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야 내년 총선에 이길 수 있고, 황 대표도 살고 당과 나라도 산다고 했다.”
- 황 대표의 반응은 어땠나.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중원 전투’와 총선의 절박감
- 황 대표와는 어떤 ‘연줄’이 있나. 혁신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유는 뭔가.
“당 대표 선거가 끝난 직후 전화를 해서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하더라. 황 대표의 전화번호도 몰랐다. 그래서 물었더니 ‘신 의원은 나를 몰라도 나는 잘 안다. 신 의원이 잘할 거 같으니 맡아달라’ 해서 맡았다. 일찌감치 공천 룰을 만들어 시스템 공천을 해야 하는 데 동의했다. 사실 바른 공천은 우리 당 모두가 절박한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자유우파가 완전 패배하면 당도 위험하지만 나라를 떠나겠다는 사람이 많다. 이런 위기의식을 가져야만 승리할 수 있는데 위기감을 느끼는 편차는 큰 거 같다.”
- 아무래도 영남권 의원들에 비해 수도권 의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더 클 거 같다.
“권역별로 구별하지는 않을 거다. 그건 ‘룰’로 정하기보다는 지역에서의 평가에 반영될 거다. 수도권에선 정당 지지도보다 후보 경쟁력이 높은 경우가 있지만 반대로 영남권은 정당 지지도보다 후보 지지도가 낮은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이런 특성들이 공천에 녹아들어 가게끔 해야 한다. 과거 당 실세들이 인위적으로 개입한 ‘전략공천’은 지역과 인물 평가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 신 의원 지역구에는 일찌감치 윤영찬 전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이 여당 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는데, 자신 있나.
“민주당 텃밭에서 네 번 패했으니 탈환하려고 온 거 같다. 승패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우리 지역은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민주당 강세 지역이어서 민주당 후보 누구와의 승부도 어렵다. 보통 어려운 데가 아니다. 나는 1984년부터 이 지역에서 재야 노동운동을 하고 병원(성남의원)을 10년간 운영하면서 어려운 주민들과 소통했다. 그래서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도 나를 찍어주는 사람이 많다. 사실 공천 안 되면 좀 쉬려고 마음먹었는데, 이제는 내가 선거에서 지면 의석 한 석을 내준다는 마음에 사명감으로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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