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취임 후 1년 3개월 만에 단독으로 방한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 굳건한 한미 안보동맹을 확인하는 발언으로 포문을 열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회담에서 전날 중-러 군용기의 무단 진입과 관련해 “앞으로 유사한 상황에 대해 양국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안보 협력과 방위비 분담금 협의 등 미국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안보 청구서’를 테이블에 올렸다. ○ 볼턴 방한으로 본격화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
볼턴 보좌관은 이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난 뒤 “광범위한 이슈에 대해 매우 생산적인(very productive) 대화를 나눴다”고 거듭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및 영공 침범으로 시작해 호르무즈 해협 안보, 한일 경제 갈등, 북한 비핵화 협상 관여 등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파병 이슈에 대해선 청와대가 직접 본격 논의에 들어갔음을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 전환을 예고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의 회담 직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해상 안보와 항행의 자유를 위한 협력 방안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드릴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22일)던 입장에서 “다양한 대안들을 검토 중이다”(23일)에 이어 파병 논의가 진전되는 기류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강 장관과의 면담 모두발언에서 “이 지역과 다른 지역에서 많은 도전들이 있지만, 한국과 미국은 이를 해결하고자 매우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다른 지역’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그러나 강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이라고 콕 집어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지역을 안정시키려는 미국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며 우리는 전적으로 지지(fully supportive)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장관은 “북한 문제와 우리 안보에 도전적인 다른 이슈들에 대해서도 미국의 전적인 지지를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호르무즈 지렛대’를 통해 한일 갈등에 적극 관여해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 안보동맹 확인하며 청구서 내민 볼턴
한일 갈등 해결에 대한 볼턴 보좌관의 입장은 다소 원론적이었지만 미국의 중재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해석도 나왔다. 청와대는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이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이는 한일관계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외교부도 볼턴 보좌관이 한일 갈등에 대해 “한일 간 추가 상황 악화를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라는 기본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한일 관계 악화가 한미일 안보협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취지였다는 의미다.
볼턴 보좌관의 이번 방한을 통해 그동안 잠잠했던 2020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 협의가 본격화 되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특유의 ‘청구서’가 이번에 날아온 셈이다. 청와대는 분담금 협의에 대해 “양측은 동맹의 정신을 기반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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